19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정규리그 23라운드 소치와의 원정 경기에서 슈팅을 막아내려는 로스토프 골키퍼 데니스 포포프(노란 옷). (출처: 뉴시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정규리그 23라운드 소치와의 원정 경기에서 슈팅을 막아내려는 로스토프 골키퍼 데니스 포포프(노란 옷). (출처: 뉴시스)

러시아 프로축구팀의 10대 골키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가 약 석 달 만에 재개된 리그 경기에서 10골이나 내줬다.

그런데 그는 경기 최우수선수 격인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러시아 1부리그인 프리미어리그 소속 팀 로스토프는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정규리그 23라운드 소치와의 원정 경기에서 1-10의 참패를 당했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는 코로나19 여파로 3월 중순 시즌을 중단했다가 이날 재개했다.

시즌 중단 전 16개 팀 중 4위를 달리던 로스토프는 12위였던 소치에 맥없이 무너질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정이 있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로스토프 1군 선수단은 시즌 재개를 앞두고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는데 소치와의 경기 이틀 전인 지난 17일 6명의 선수에게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로스토프 1군 선수와 코치진 전원은 바로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로스토프 구단은 경기 연기를 요청했다.

러시아축구협회는 18일 양 구단이 동의한다면 7월 19일까지 경기를 연기하겠다고 제안했다.

강등권 언저리에 있던 소치가 이를 거부했다.

소치는 킥오프 몇 시간 전 "양 구단이 경기 개최에 합의했다. 경기는 예정대로 치러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로스토프 구단 메인 스폰서가 1천명이 넘는 팬들에게서 받은 진정서에는 "축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가치들을 생각해보자. 품격있는 대결, 공정한 경쟁,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며 소치 구단에 연대감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었다.

결국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로스토프는 프로 출전 경력이 없는 10대 유스팀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경기 엔트리에 든 18명의 선수는 대부분 2002∼2003년생이었다. 2004년생도 있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도 19세에 불과했다. 지휘봉은 구단 20세 이하 팀 감독이 잡았다.

반면 소치는 러시아 국가대표 공격수 알렉산드르 코코린 등을 포함한 정예로 나섰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로스토프는 경기를 시작한 지 1분도 안 돼 로만 로마노프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로스토프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로스토프는 전반에만 네 골을 내줬고, 후반 들어 여섯 골을 더 허용했다.

그런데도 이날 '맨 오브 더 매치'에는 로스토프 골문을 지키며 10골을 내준 2002년생 데니스 포포프가 선정됐다.

포포프는 이날 한 차례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15차례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날 소치는 41개의 슈팅을 날렸다. 로스토프의 슈팅은 2개뿐이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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