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통전부 “계획 변경 의사 없어”

정부 “남북 합의 명백한 위반”

[천지일보=명승일, 김성완 기자] 최근 대남 압박에 나선 북한이 대남 삐라(전단) 살포 강행 의지를 드러내면서 남북 간 ‘삐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남 전단 살포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는 남북 합의가 이미 휴지장이 됐다며, 계획을 수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군 총참모부가 예고한 대로 전단 살포를 강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전부는 2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삐라 살포가 북남 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 뿐더러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통전부 대변인은 “‘위반이요 뭐요’ 하는 때늦은 원칙성을 들고 나오기 전에 북남 충돌의 도화선에 불을 달며 누가 먼저 무엇을 감행했고 묵인했으며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켰던가를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전부 대변인 담화는 이날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북한은 전날(20일)에도 “우리 인민의 보복 성전은 죄악의 무리를 단죄하는 대남 삐라 살포 투쟁으로 넘어갔다”며 각지에서 대규모 살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문재인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 전단 더미 위에 꽁초와 담뱃재, 머리카락 등을 뿌린 사진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최근 남북 간 ‘삐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석모대교 입구에서 경찰관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앞서 한 탈북민 단체는 오는 25일 전후로 북한에 전단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천지일보 2020.6.21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최근 남북 간 ‘삐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석모대교 입구에서 경찰관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앞서 한 탈북민 단체는 오는 25일 전후로 북한에 전단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천지일보 2020.6.21

하지만 정부는 대남 전단 살포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통일부는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이런 행위는 남북 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남북 사이의 잘못된 관행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조치이자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선 “일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및 물품 등 살포 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며 정부가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남 전단이 남측 주민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살포 과정에서 자칫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살포 작업에 무장 병력도 함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오는 25일 전후로 대북 전단 100만장을 북한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북한과 탈북민 단체가 같은 시기 전단 살포를 예고한 가운데 어느 측이 먼저 하든 6.25를 앞두고 남북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