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후계, 軍장악력 관건… 전문가 “김여정, 대장 달았을 가능성”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관련 “北대남 공세, 후계자 만들기 과정”
김정은·김여정 분담, 운영의 폭 넓히는 ‘투트랙’ 행보라는 관측도
외신도 김여정 활동 주목… ‘후계자설’ ‘굿캅·배드캅설’ 등 의견 분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대남 압박의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달라진 위상과 관련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의 위상 확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또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여정, 軍까지 지휘… 후계자 가능성
대남 사업을 총괄한다는 김 제1부부장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대적사업 권한 이양 등을 통해 군 장악력까지 보여준 만큼 사실상 후계자 지위에 오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19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제1부부장은 직책상으로 볼 때 총참모부장보다 한참 아래인데도 현재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아마도 지난달 24일 노동당 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열렸을 때 김 제1부부장이 대장 계급을 달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공개만 되지 않았을 뿐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담화를 시작으로 대남사업 대적사업 전환, 통신선 차단, 연락사무소 폭파, 권한 군부 이양, 대북특사 거절 등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일련의 사건들을 주도했다.
일각에선 김 부부장의 위상 강화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북한의 권력 세습의 전례를 살펴보면, 후계자 양성은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이 확인된 이후부터 진행됐기 때문이다.
안 이사장은 “북한에선 지난해 말 김 부부장에게 권력이 이관되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 걸로 알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건강상태와 관련 있는 것 같다”면서 “김 부부장의 최근의 대남 공세는 강철 리더십을 구사하면서 후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후계 구도와 연관된 업적 달성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 이사장은 “지난 1983년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아웅산 폭파 사건이 있었고,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넘어올 때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통해 부각시켰다”고 덧붙였다.
◆높아진 김여정 위상, ‘역할 분담’ 차원 분석도
다만 김정은 위원장도 당시 군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는 점에서 김 제1부부장의 높여진 위상은 역할 분담 차원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의 대남 공세 조치는 김 위원장의 재가를 거쳐 실행에 옮겨졌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선묵 통일전략안보센터장은 통화에서 “앞서 김 위원장이 먼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자’고 했고, 지난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관련 친서를 보내 ‘남북 간 신뢰관계에는 변함이 없다’고도 했는데 파토 놓기가 쉽겠느냐”며 “김 위원장 본인이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투트랙’으로 역할 분담을 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인데, 김 위원장이 직접 대남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그것을 뒤집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반면 김 제1부부장을 앞세워 실무적인 부분을 담당케 하고 추후 김 위원장이 중요한 사안을 결정한다면 상황은 유연해진다는 논리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남매 간 역할 분담일 뿐, 아직 중요한 의사 결정은 김 위원장이 내릴 것이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외신도 “김여정 활동, 승계 과정일 수 있어”
‘대남 비난 공세 중심에 선 김 부부장의 활동이 북한 지도부 내 권력 승계 준비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에 외신도 힘을 실었다.
CNN은 19일(현지시간) 기사에서 ‘김씨 일가 중 가장 어린 인물이 중앙 무대를 차지한다’라는 전망 기사에서 김 제1부부장의 활동을 주목하고 “전문가들은 그의 인지도 향상이 그가 무언가를 위해 다듬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주려는 북한 관영매체들의 세심하게 조율된 홍보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믿는다”고 보도했다.
김 제1부부장을 주민들에게 후계자로 각인시키고 인식시키는 작업의 과정이라는 게 CNN의 해석이다. 통상 북한은 대남·대미관계 소식을 북한 내부에 잘 알리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면서 CNN은 김정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을 거론하고 “그 북한 지도자는 올해 두어 번이나 긴 기간 이상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김 제1부부장의 가시성 확대는 김정은 위원장 유고 시 잠재적인 후계자로 준비돼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CNN은 “김정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이 이른바 ‘굿 캅, 배드 캅’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17일 “김 제1부부장은 이번 달 들어 공식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대행(Deputy)으로 승격된 상태”라면서 “김 제1부부장의 급부상은 북한 지도자의 건강이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는 추측에 불을 지필만 한 깜짝 놀랄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WP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