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0회 진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 모습. (제공: 진주시의회) ⓒ천지일보 2020.6.19
제220회 진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 모습. (제공: 진주시의회) ⓒ천지일보 2020.6.19

박철홍 “비거, 날조·왜곡된 것”

조규일 “학자들 뜻 폄하 유감”

“왜곡·날조 발언 책임지겠다”

“항공우주도시 정체성과 부합”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최근 1270억원 규모의 ‘진주시 비거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놓고 ‘역사적 고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9일 진주시의회 제220회 정례회에서 또다시 고증 논란이 점화됐다.

이날 ‘하늘을 나는 수레’로 알려진 비거(飛車)에 대한 옛 문헌을 토대로 관광자원화하겠다는 조규일 진주시장과 문헌은 날조된 내용으로 사업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박철홍 의원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철홍 의원은 시정질문에 나와 “비거에 관한 조선시대 문헌들은 당시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옮겨적은 것으로 날조·왜곡된 부분이 많다. 역사자료로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상상으로 지어낸 글은 사실이 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진주시의 입장을 물었다.

조규일 시장은 “당시 문헌의 시대적 배경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을 겪으면서 피폐한 사회가 겨우 안정을 찾아가던 시기였다”며 “백성들에게 살아갈 힘과 희망을 주려던 학자들의 뜻을 ‘허구·왜곡·날조’라고 말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이탈리아), 인어공주(덴마크), 흥부전(남원시) 등 허구도 관광자원화한 사례가 많다. 고증에 치중하는 것은 부분적이고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것”이라며 “시는 역사적 사실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다. 비거가 언급된 15여 문헌들을 바탕으로 관광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 시장은 박 의원의 “16세기 말 과학기술로 비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를 언급하며 “‘조선사람들도 능히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해놨다”며 “역사는 패배주의적이며 자조적인 역사관이 아닌 진취·적극적 사관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맞받았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9일 진주시의회에서 열린 제220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조규일 시장이 시정질문에 나와 더불어민주당 박철홍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0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9일 진주시의회에서 열린 제220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조규일 시장이 시정질문에 나와 더불어민주당 박철홍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0

특히 박 의원의 “비거 테마공원이 진주의 정체성과 조화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의에 조 시장은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에서 사용됐다고 전해지는 비거는 진주와 매우 깊게 연관된 관광자원이다. 항공우주도시를 지향하는 산업정체성과 부합한 좋은 콘텐츠”라고 답했다.

조 시장이 답변을 마치자 박철홍 의원은 “오늘 왜곡·날조됐다는 표현을 했다. 본인이 연구했고 역사학자들에 자문을 구한만큼 이와 관련한 어떠한 책임을 달게 지겠다”면서 시정소식지 ‘촉석루’의 지난 3월호를 자료로 제시했다.

박 의원은 이를 근거로 “비거를 통해 연락을 취하기도, 군량을 옮기고 폭약을 터트리기도 했다는 홍보내용이야말로 역사왜곡이다. 매월 6만부나 발행되는 시정소식지인데, 이는 시장이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조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가 발췌한 문헌 저자들은 저명한 분들인데 한 개인이 ‘날조됐다, 왜곡됐다’고 부인할 수 있는 문제냐”고 되물었다.

이에 박 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한 부분이다. 자료의 지나친 내용들은 차후 정정보도를 해야한다”라며 말을 이어가자 조 시장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나오는 내용을 실은 것인데 정정보도할 필요도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박 의원이 재차 진주시의 홍보영상을 자료로 제시했고, 반복되는 질문과 답변 속에 양 측의 목소리가 격앙되자 박성도 의장은 장내를 정돈시키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시는 망진산 망경공원 일대에 5년간 총사업비 1270억원을 투입해 복합전망대, 모노레일, 비거 모양 짚라인·스카이워크를 갖춘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망진산 비거(飛車) 테마공원 조성계획.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0.1.23
망진산 비거(飛車) 테마공원 조성계획.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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