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권네트워크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법 시행 7주년을 맞아 난민인권 보장을 위해 국회가 난민법 개정입법 시작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6.19.
난민인권네트워크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법 시행 7주년을 맞아 난민인권 보장을 위해 국회가 난민법 개정입법 시작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6.19.

난민신청자 지난해 1만 5451명… 꾸준히 증가세 유지

반면 난민 인정률은 3.6%… 세계 인정률 30%와 차이

아시아 유일 ‘난민법’, 난민 찬반 모두에 개정 요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20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국내에선 2018년 예멘 난민들의 난민신청과 유엔난민기구(UNHCR)의 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배우 정우성씨로 인해 난민 이슈가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돌아본 우리나라의 난민 현황은 어떨까.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94년부터 올해 4월까지 난민을 신청한 총 건수는 6만 8761건에 달한다. 그중 1994년부터 2012년까지 신청 건수는 5069건인데, 난민법이 제정된 2013부터 신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2015년엔 5711명이 접수했다. 난민법 제정 이전 8년간의 기록을 1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이후에도 꾸준히 난민 신청이 늘었고, 500여명의 예멘 출신 난민들이 한꺼번에 난민 신청을 한 2018년엔 1만 6173명으로 역대 최대 신청 건수를 기록했다.

2019년엔 1만 5451명으로 조금 줄었지만, 올해 1~4월 동안 4404건이 접수되면서 가파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2018년과 유사한 난민 신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찬성·반대하는 시민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각각 난민 수용 반대, 찬성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6.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찬성·반대하는 시민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각각 난민 수용 반대, 찬성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6.30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새로운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K-방역 등 한국의 이미지가 세계에서 향상되면서 한국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심사가 완료된 건수는 2만 9463건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심사조차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최장기 1차 심사 결정 기간은 46개월에 달했다. 1차 심사 통과만을 위해 3년 10개월을 기다린 셈이다.

간신히 심사가 완료됐더라도 난민으로 인정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지금까지 난민 인정 건수는 총 1052건이다. 인정률은 3.6%에 불과하다. 2019년으로 한정해도 심사완료 5102건, 인정률 1.5%다.

유엔난민기구가 발표한 글로벌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세계 난민 인정률은 30%가 조금 넘는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세계 190여개국 전체 난민 인정률이 30%라고 발표했다.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인도적 체류로 범위를 확대해도 여전히 좁은 문이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은 아니지만 고문, 생명의 위협 등 인권침해를 당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을 뜻한다.

지금까지 인도적 체류를 인정받은 건수는 2294건이다. 보호율은 11.4%다.

이에 난민인권네트워크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법 제정 당시) 법무부는 ‘난민법을 제정·시행하는 것은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최초’라며 난민법 제정을 대내외적으로 큰 업적으로 여기고 홍보했다”면서 “하지만 난민법을 시행한 2013년으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난민들의 삶은 어떠한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세계 난민인정률과 난민 보호율(44%)에 부합하도록 난민인정심사제도를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난민 보호율 그래프. (출처: 유엔난민기구) ⓒ천지일보 2020.6.19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난민 보호율 그래프. (출처: 유엔난민기구) ⓒ천지일보 2020.6.19

반면 난민대책국민행동은 19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 9월 기준으로 난민신청자 중 국내 체류율은 87%”라면서 “난민신청자들은 끊임없이 행정소송을 하며 국내 체류하고 돈을 번다”고 난민법 폐지를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선영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5일 제주대학교에서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들의 제주 생활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 교수는 법무부의 예멘 난민 출도제한조치 등 여러 규제로 인해 예멘 난민들이 강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시민의 무섭다는 의견에 오후 9시 이후엔 쉼터 밖에도 나갈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청와대는 지난 2018년 8월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 신청허가 폐지’에 대해 “대한민국이 법통을 계승했다고 헌법에 명시된 상해임시정부도 일제의 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건너간 정치적 난민이 수립한 망명정부였다”며 “우리도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난민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난민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체류하는 인원은 늘지만 정작 난인정률 자체는 세계와 격차가 있는 모순된 상황에서 난민법 개정 요구 등 정부가 명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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