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있는 크라이스트 더 킹 카톨릭 교회 미사에 신도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있는 크라이스트 더 킹 카톨릭 교회 미사에 신도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국 오리건주 오순절교회 236명 감염

가정예배 명령에도 교회서 직접 예배

美 정부·언론 교회 향한 비난·차별 안해

 

신천지교회, 일상생활하라던 때 집단감염

한국 정부와 언론 ‘죄인 취급’하며 압박

“확진자 편견·차별, 방역에 도움 안돼”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오리건주 북동부 한 교회에서 230명이 넘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당국과 언론의 반응이 한국의 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미국에서 종교 모임 관련 이 같은 집단감염은 처음이 아닌데 정부와 언론, 여론에 이르기까지 확진자를 낙인찍거나 비난하지 않은 가운데 검사를 받도록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오리건주 보건당국은 유니온 카운티의 등대 오순절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230명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주는 교회들에 ‘가정 예배’를 주문했으나 해당 교회는 이를 무시했다.

오순절교회 관련 사례는 오리건주가 이틀 연속 신규 확진 최다 기록을 경신하게 만들었다. 지난 16일 주 정부는 이전의 최다 기록인 184건보다 94건이 늘어난 278건의 신규 확진자 수를 발표했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케이트 브라운 주지사는 다음 주 예정이었던 정부의 경제 재개방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오리건주는 지난 3월 23일 사회 및 오락 모임을 금지하고, 비필수적인 사업장을 폐쇄했으며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권장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주 폐쇄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오순절교회는 주 명령을 어기고 4월 5월 교회에 모여서 예배를 드렸다. 이 교회가 위치한 유니언 카운티에서는 지난 8일까지 25명 이상의 집회도 금지됐었다. 오순절교회 사례가 나오기 전 유니온 카운티에서는 일일 신규 환자가 25명이 채 되지 않았다.

주 보건당국은 이 교회 신도들 대부분이 코로나19 검사를 마쳤는데, 검사 결과 356명 중 236명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감염된 사람이 기침, 대화 또는 재채기를 할 때 공기를 통해 확산해 퍼진다. 이에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환경은 코로나19 확산을 시킬 수 있는데, 교회는 이런 환경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에 감염 핫스폿이 되곤 한다.

지난 3월 초에는 아칸소주 목사 부부가 교회 행사와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한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들이 교회에서 접촉한 92명 중 3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 7명이 입원했으며 3명은 숨졌다. 교회 신도들과 접촉한 사람들 중에서는 26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1명이 사망했다.

마찬가지로, 뉴욕주의 가장 큰 발병 중 하나는 유대교회당에서 바트미츠바(유대교 성인식)에 참석했던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출신의 변호사 로렌스 가부즈(50)를 통해 감염된 사례다. 그는 지난 2월 말 코로나19로 입원했으며 뉴욕주의 첫 확진자였다. 일주일 후 뉴욕에서는 17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그 중 대부분은 가부즈 또는 그가 사는 지역과 연관돼 있었다. 가족과, 가부즈를 병원으로 데려다 준 이웃, 그의 회당에 있던 랍비, 그리고 그가 교제했던 신도들은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러나 주 당국과 언론은 이들을 비난하거나 낙인찍지 않았다. 미국 정부나 보건당국은 브리핑이나 기자회견에서 모임에 대한 방역 기본 원칙을 강조했을 뿐, 종교만 아니라 집단감염 단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다만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교회 행사 중 단체모임’이 광범위한 코로나바이러스 전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신앙에 기반을 둔 단체들에게 현지 당국의 지침을 따르며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강조한다”고 권고했다.

또 이번 오리건주 집단감염에 대해 수십개의 외신이 다뤘으나 주로 확진자 수 관련 통계에 대한 부분과 봉쇄 완화 조치 연기, 당국이 앞서 밝힌 교회 감염 조사 결과나 권고 사항이 전부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이는 한국 정부와 언론의 태도와는 현저히 다른 모습이다. 한국의 교회 집단감염사례로는 신천지 교회가 꼽히는데, 당시엔 대통령부터 신천지 예배와 관련 장례식 참석자를 철저히 조사하라며 ‘인간 바이러스’ 또는 ‘범죄자’ 취급에 나섰기 때문이다. 언론들 역시 신천지의 방역이나 확진자 통계와 상관없는 자극적이고 사실이 아닌 보도에만 열을 올렸으며, 여론이 ‘신천지 악마화’ 기사에 흥미를 보이자 이를 초점으로 한 보도를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신천지 집단감염 사례가 확인될 당시는 2월 말로, 국내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언급조차 없던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악수’를 하면서 “코로나 불안을 떨쳐내고 소비 활동을 해야한다”고 독려하기까지 했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은 이들을 더욱 음지로 몰아내 방역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정부와 언론이 앞서 비난과 차별 여론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후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커져 성소수자들의 인권 문제가 수면에 오르자 방역 당국은 확산세를 잠재우기 위해 “확진자를 향한 편견과 차별의 마음을 갖지 말아 달라. 지자체도 확진자 동선 공개에 주의해달라”고 호소하며 이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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