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천지 비판에 '발끈'...선별진료소 직원 폭행한 신도’라는 제목의 YTN 보도 (출처: YTN 기사 화면 캡처)
‘[단독] 신천지 비판에 '발끈'...선별진료소 직원 폭행한 신도’라는 제목의 YTN 보도 (출처: YTN 기사 화면 캡처)

YTN “신천지 비판하는 대화 듣고 발끈해 주먹질” 단독 보도

확인결과, 사건 당시 ‘신천지’ 언급 전혀 없어… 오보로 밝혀져

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 관계자 “종교를 물어본 적도 없었다”

당시 주변에서 신천지 얘기 없었나 질문에 “전혀 없었다” 답변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연일 계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민 불안감이 증가하는 가운데 사실이 아닌 보도로 특정 종교단체는 물론 방역 최전선인 선별진료소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는 보도가 나왔다. 신천지 교인이었던 한 남성이 최근 선별진료소에서 신천지를 비판하는 대화를 듣고 발끈해 주먹을 휘둘렀다는 것.

지난 15일 ‘YTN’이 단독보도한 이 소식은 순식간에 이슈로 떠올랐고, 18일 오후 4시 기준 온라인상에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연합뉴스, 뉴스1, MBC, MBN, 아시아경제, 아시아투데이, 아이뉴스24, 브릿지경제, 머니S, 톱스타뉴스 등 다수의 언론사가 이 소식을 앞다퉈 보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천지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오보로 드러났다. 사건 당시 현장에선 ‘신천지’라는 특정 종교 단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출처: ‘[단독] 신천지 비판에 '발끈'...선별진료소 직원 폭행한 신도’라는 제목의 YTN 보도 화면 캡처)
(출처: ‘[단독] 신천지 비판에 '발끈'...선별진료소 직원 폭행한 신도’라는 제목의 YTN 보도 화면 캡처)

앞서 YTN은 지난 15일 ‘[단독] 신천지 비판에 '발끈'...선별진료소 직원 폭행한 신도’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선별진료소에 검사받으러 온 40대 남성이 공무원과 청원 경찰까지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신천지 교인이었던 남성은 신천지를 비판하는 대화를 듣고 발끈해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평구)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러 온 40대 남성 A씨가 대기 장소에서 안내 업무를 보던 구청 직원을 폭행했다”며 “구청 직원들이 신천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비판하는 이야기를 꺼내자 이를 들은 A씨가 발끈해 항의하다 싸움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일이 벌어질 당시인 지난 10일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사건 당일 신천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고, 할 이유도 없었다. YTN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지난 10일 오전 11시 30분경이다. 그는 당시 검사 대기 인원이 30~40명 정도 있었지만 A씨의 주변에서는 ‘신천지’라는 특정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며, 보건소 관계자 또한 A씨에게 신천지에 다니는지 또는 신천지 교회를 방문했는지 등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출처: ‘[단독] 신천지 비판에 '발끈'...선별진료소 직원 폭행한 신도’라는 제목의 YTN 보도 화면 캡처)
(출처: ‘[단독] 신천지 비판에 '발끈'...선별진료소 직원 폭행한 신도’라는 제목의 YTN 보도 화면 캡처)

사건의 발단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분(A씨)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며 “특별한 이유도 없었는데 갑자기 그러셔서 (보건소) 직원들이 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그분이 사과하려고 (보건소를) 다시 찾아오셨었는데 직접 만나진 못했다”면서 “전해 듣기론 ‘본인(A씨)도 그때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선별진료소 내에서 일으킨 사건과 관련해 공무집행방해와 폭행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수사중이라 따로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현재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졌고, 가해자(A씨) 조사를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코로나19 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 현장. ⓒ천지일보 2020.6.18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코로나19 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 현장. ⓒ천지일보 2020.6.18

한편 신천지에 대한 오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천지 대구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이슈가 한창이었던 지난 3월 12일 ‘채널A’는 ‘격리해제 대구 신도들, 모임 금지에도 다시 ‘삼삼오오’’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채널A는 해당 보도를 통해 “대구시민들 불안한 마음이 큰데, 벌써부터 신천지 신도들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만남은 진행되고 있었다”며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의 한 건물을 취재한 내용을 전했다.

하지만 천지일보 취재결과, 당시 채널A 기자가 취재한 장소는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시설이 아닌 병원의료기 유통업에 종사하는 신천지 신도의 개인 사무실이었다.

해당 사무실에 모였던 남성 3명은 채널A 기자가 인터뷰한 병원의료기 유통업계 회사 사장과 직원, 회사 사장의 아들로 확인됐다. 사장의 아들은 신천지 신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채널A는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남성 3명이 모였다. 이들은 모두 신천지 신도들”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대구교회 관계자는 “사실에 입각해 진실을 전해야할 언론이 오히려 사실과 다른,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시민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며 “이런 언론의 행태는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신천지 교인에 대한 오해를 남겨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널A는 대구교회에 ‘신도들이 모이고 있다’는 취재에 대한 확인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심지어 대구교회가 채널A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일방적인 언론의 주장에 입는 피해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 관계자 인터뷰 이후 진행된 전화통화 일부내용 녹취록]

기자: 신천지 교회에 들리신 적은 없으시냐 그렇게 물어보거나 그런 것은 없었나요?

관계자: 네, 없었습니다. 물어볼 이유가 없(었)다니까요.

기자: 그러면 그때 당시에 신천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분(A씨) 말고 아니면 다른 분 한테서도 전혀 없었나요?

관계자: 없었습니다.

기자: 신천지의 ‘신’자도 얘기가 안 나왔었던 건가요?

관계자: 그렇죠. 얘기를 할 이유도 없(었)고, 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YTN) 보도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관계자: 그렇죠. YTN에서 잘못 나왔다고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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