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가나’ 주제

좌장 천지일보 이상면 대표이사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北, 코로나로 심각한 경제난 겪어”

“북미회담 실패 책임 남한에 전가”

“도발 불러온 文정부 대북유화정책”

“외통위 송영길 발언, 위험한 사상”

“대화하면서도 억지력유지책 펴야”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대북전단 살포 이유를 들어 폭파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 북미회담 실패 책임 전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따른 내부결속 강화를 이유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에 대한 단호하지 못한 태도도 도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18일 오후 천지일보의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대담에서는 이상면 천지일보 대표의 진행 하에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과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경제난, 북미회담 실패, 김여정 역할 강화

신범철 센터장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유에 대해 극심한 경제난과 북미회담 실패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지난 2016년부터 경제가 악화됐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북중 교역이 90%까지 차단됐다”며 “이러한 중에 대북전단이 평양 등 북한 주요 도시에 도달하면서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의 원성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미회담이 잘되지 않은 책임에 대해 작년부터 문 대통령을 비난해 왔다”면서 “지난 4일 김여정이 담화를 발표해 대남 총괄 업무를 맡았다. 통일전선부, 총참모부 등 대남 강경책을 전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찬일 이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악화하면서 김 부부장에게 권력을 강화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1983년에도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아웅산 폭파 사건이 있었듯이 같은 맥락에서 대남군사 강경 노선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AP/뉴시스]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모습을 17일 보도했다. 2020.06.17.
[서울=AP/뉴시스]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모습을 17일 보도했다. 2020.06.17.

◆“文정부 안이한 대북정책” 지적

북한의 내부 사정 탓도 있겠지만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반복되게끔 하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면 우리 정부는 성명을 내서 강하게 지적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작년 5월 북한이 분명히 단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는데도 정부는 ‘불상 발사체’라고 축소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쏜 미사일을 분명히 미사일이라고 지적하지 못하는 환경을 현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 해명을 받아내야 하는데, 오히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만 국제사회에 호소했다”면서 “향후 대북정책에선 북한과 대화와 더불어 안보도 필요함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건설, 경제건설 병진을 폐기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핵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신형 미사일 등을 발전시켰다”면서 “이번에 대북전단을 이유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 철거, GP에 군부대 전개 등이 예상되고,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무의미해진 만큼 우리 정부는 북한을 순진하게 믿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北에 배상 요구 없을 듯

국민 세금으로 지은 남북연락사무소인 만큼 북한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안 이사장은 “북한에 잡혔다가 풀려나 사망한 오토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내에 있는 북한 재산을 압류했듯이 우리도 국제법적으로 세계에 있는 북한 재산을 압류하는 조치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신 센터장은 “문재인 정권은 여전히 북한과 대화를 기대하고 있어 손해배상 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다만 국제법적으로 사과, 배상, 원상복구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당정청, 국민 안보엔 한목소리 내야”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 이사장은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에 어떻게 잘해줄까 하고 있지만, 오히려 북한은 선대 정부보다 못하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정부가 강하고 결연하게 나가야 북한이 얕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최근 문 대통령이 전직 통일부 장관과 원로학자를 불러 해법을 모색했지만, 문 정부의 현 입장을 옹호하는 인물들만 불렀다”면서 “이전 정부의 통일부 장관 등도 불러서 비판의 목소리도 들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방부 등에서 일부 강경 대응 발언을 했지만 아직도 문 정권은 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보다 미국을 지적하는 등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북관계를 북미관계보다 하위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북한은 신형무기의 고도화와 8월이나 10월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외통위원장 송영길 의원 발언 부적절”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해 “(대)포로 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위험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됐다. 안 이사장은 “500㎏ 폭약으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송 의원의 발언은 ‘피는 나는데 총으로 목숨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격”이라며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북정책을 좌지우지하면 북한은 더 의기양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센터장은 “우리 사회 일각에선 북한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선의로 생각하고 축소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송 의원은 외통위원장으로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출처: 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출처: 뉴시스)

◆특사파견 비난한 김여정, 역할 강화

특사파견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서서 “특사놀음”이라며 거절한 데 대해 김 부부장의 역할 강화론이 대두됐다.

안 이사장은 “특사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대화가 오고가는 것인데 이를 김 부부장이 나서서 거부한 것은 대통령 면전에 침을 뱉는 행위와 같은 외교 결례”라며 “비밀리에 파견하는 특사에 대해서 오픈해서 망신을 주는 행위로 볼 때 문 대통령 임기 기간에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부부장의 후계설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후계설에 대해 신 센터장은 “아직은 중요한 의사 결정은 김 위원장이 내릴 것이고,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수족이라고 본다”며 “군의 대장 칭호는 받아야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이사장은 “북한의 이번 진급에서 대장 진급자는 한 명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김 부부장에게 비공개로 뭔가 칭호를 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화는 하되, 억지력은 유지해야”

마지막으로 신 센터장은 “새마을운동 당시에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라는 말이 있었다”며 “대화하면서도 억지력을 구축하고 북한이 도발하면 원점을 타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북한의 도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대화에 대해서도 “북한을 만나면 뭔가 된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핵화 대화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결과물이 있는 대화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북한은 문 정부를 얕보고 있는데, 적어도 군은 단호해야 한다”면서 “미사일을 미사일로 말하지 못하고 미상의 발사체라고 하면 북한 냉면 요리사가 문 대통령에 대해 폄훼하는 표현을 해도 참아야 하고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면 대표는 “1차 대전이 끝나고 세계 연맹이 생기고 2차 대전 후에 지금의 유엔이 생겼지만 평화를 이유로 전쟁을 해야 한다는 역설을 말하고 있다”면서 “통일이나 평화는 정치, 총, 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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