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고양이 - 이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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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경림(1947 ~ )

영문 모를 허기와 질투와 발정의 밤은 갔다.

 

그는 지금 되바라진 대낮의 권태를 눈꺼풀 속에 간단히 말아 넣고

스르르 잠에 들고 있다.

 

녹슨 쇠사슬을 끌고 가는 수레 소리 아득하다.

 

[시평]

살아 있다는 모든 존재는 ‘허기와 질투와 발정’으로 시달리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허기, 질투, 발정’ 이런 것들은 실은 매우 본능적인 것으로,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떠한 근원적인 곳에서부터 문득 문득 일어나는 것들이다. 그래서 살아 있음에 그 실체를 시달리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허기와 질투와 발정’, 이런 것들은 결국 그 존재를 존재이게 하는 궁극적인 힘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어젯밤에도 요상한 간난아이 울음소리를 내며 발정난 고양이들이, 때로는 다른 고양이와 죽기 살기로 싸움질을 하며 밤이 새도록 어둠을 할퀴곤 했다. 고양이는 자신의 본성에 따라, 본성이 시키는 대로 온 밤을 울어대며 짝을 찾아 돌아치고, 또 싸우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는 훤하게 날이 밝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대낮의 권태를 눈꺼풀 속에 간단히 말아 넣고 스르르 잠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녹슨 쇠사슬을 끌고 가는 수레 소리 ‘가르릉 가르릉’ 거리며.

저렇듯 모든 것을 말아 넣고 천연스럽게 잠을 자는 저 모습이 바로 본래의 모습인가? 아니면 지난 밤 발정난 울음소리로 온밤을 할퀴던 그 모습이 그 존재의 본 모습인가. 우리 본래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허기와 질투와 발정’의 그 시간인가, 아니면 ‘허기와 질투와 발정’을 모두 접어버린 그 순간인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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