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세이브 웨일(WH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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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고래는 늘 신비로운 존재다. 코끼리 20마리의 몸무게에 길이가 30m에 이르는 대왕고래는 백악기, 쥬라기 시대의 거대 초식공룡보다 더 컸으며 지금까지 지구상에 출현했던 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크다. 바다의 포식자로 알려진 범고래는 고도의 지능과 사회성을 갖추고 있으며, 우리에게 친근한 돌고래도 4~5세 아이 수준의 IQ를 지니고 있다.

거대한 몸으로 물고기처럼 물 속을 유영하지만 엄연한 포유류인 고래는 크게 긴 수염을 이용하여 새우나 플랑크톤과 같은 먹이를 섭취하는 수염고래와 물고기나 오징어 등을 사냥하며 먹이활동을 하는 이빨고래로 나뉜다. 가끔씩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지닌 이 동물이 그물에 걸린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그물을 물어뜯는가 하면 거동이 불편한 동료를 여러 고래들이 둘러싸고 거의 들어 나르듯 하는 모습이 고래학자들의 눈에 여러 번 관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고래는 어떻게 해서 물속에 살면서도 물속에서는 숨을 못 쉬는 동물이 됐을까? 진화생물학의 이론에 따르면 태초에 모든 생명은 바다에서 탄생했다. 오랜 진화의 시간을 거쳐 바다에 살던 생물들 중 일부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육지로 상륙했다. 물에서 뭍으로의 이동은 호흡에서 생식까지, 삶의 모든 면을 크게 재설계해야 하는 대역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철저하게 육상화됐던 동물들 가운데 적잖은 수가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육지 환경에 맞추어 힘들게 재편성했던 도구들을 다 버리고서 말이다. 바다표범과 바다사자는 절반만 돌아갔지만 고래는 육상생물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머나먼 선조들처럼 완벽한 수생동물로 돌아갔다.

고래가 왜 다시 그토록 고생을 하면서 일구었던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바다로 돌아갔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지구 역사 46억년 중, 고래는 약 2억년 전에 메소쿠니스라는 원시 포유류로부터 진화해 약 60만년 전에 물고기와 같은 형태인 고래로 적응해 오늘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세 차례의 혹독한 빙하기를 맞아 지구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육지 동식물이 멸종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래는 환경 변화가 적은 바닷속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생존해 올 수 있었다. 즉 풍부한 먹이와 더 넓은 바다 공간을 생활 터전으로 선택한 고래는 지구 생태계의 적응 능력에 한해서는 그 어떤 동물보다 뛰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고래가 이제는 멸종의 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그것도 인간에 의해서. 인간에 의한 해양 오염과 불법적인 고래 사냥이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적인 고래잡이는 최근 들어 감소했다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으며 이외에도 선박과의 충돌과 그물에 걸리는 일, 플라스틱 쓰레기와 소음 공해 등으로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제 생존을 위협 받고 있는 고래를 구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해진 것이다.

고래를 구하는 일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나 지구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해양생물학자들은 고래, 특히 대형 고래가 대기 중 탄소를 포획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고래는 긴 수명을 사는 동안 몸에 탄소를 축적한다. 그리고 그들이 죽으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데, 그렇게 함께 격리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한마리당 평균 33톤이나 된다고 한다. 고래가 주는 혜택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고래가 있는 곳엔 지구에서 가장 작은 식물인 플랑크톤도 있는데 이 작은 생물체는 우리 대기 중 산소의 50% 이상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40%인 370억톤 가량을 포획한다. 이 양은 1조 7천억 그루의 나무와 맞먹는 수준이며, 4개의 아마존을 모아놓은 것과 비슷하다. 최근 몇 년간 과학자들은 고래가 어디를 가든 식물성 플라크톤의 양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고래의 배설물에 철분과 질소 같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자라는데 필요한 물질이 정확하게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고래의 금전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고래가 이산화탄소를 격리시키는데 기여하는 과학적 추정치/ 이산화탄소의 시장 가격/ 생태 관광과 같은 경제적 기여도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한 마리당 20억원 이상, 전체 고래의 가치는 100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주식으로 따지면 시가총액 1000조원인 것이다. 고래는 또 다른 의미에서 인간에게 ‘블루 오션’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수십년 동안 상업적인 고래잡이가 이뤄지면서, 생물학자들은 전체 고래의 개체수가 과거의 1/4 이하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이기도 한 대왕고래의 경우 겨우 3%만 남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래의 수가 과거의 4~5백만마리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식물성 플라크톤의 양 역시 크게 증가될 것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1% 늘어나면 연간 2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추가적으로 포집될 수 있다. 이는 20억개의 다 자란 나무가 갑자기 나타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고래의 평균 수명이 60년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그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고래를 구하고 보호해야 할 가치는 충분치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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