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천지일보 2020.6.17
(출처: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천지일보 2020.6.17

北, 사실상 남북 군사합의 파기

우리 정부도 강력한 유감 표명해

전문가 “북한, ICBM 발사 가능성도”

‘레드라인 넘길시 北얻을게 없다’는 지적엔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이 곧 미국을 겨냥한 것”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고 군을 접경 지역에 다시 배치하는 것으로 남북관계를 대결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서울 불바다설’을 다시 꺼내들고 철수했던 GP(경계초소)에 경계병을 투입하는 등 끝내 남북관계의 시계 바늘을 2018년 판문점 정상 회담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인데, 북한의 위협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도 전날(17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를 비판한 데 대해 “무례하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국방부와 통일부 역시 군사합의 파기 예고와 관련해 강력 경고에 나섰다.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안전판’ 역할을 했던 남북 군사합의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하면서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 대치… ‘서울 불바다설’까지

지난 16일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파괴한데 이어 다음날에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재개시키겠다”고 밝혔다.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입장인데, 사실상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셈이다.

우리 정부도 즉각 북한 총참모부가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을 군사지역화한다’고 밝힌 데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피력하고 “금일 북측의 발표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 이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군 당국도 북한군의 각종 ‘군사행동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실제 행동에 옮길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군은 “이러한 조치는 지난 20여 년간 남북관계발전과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울여온 노력과 성과를 일거에 무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날 밤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의 유감 표명과 관련해 “파렴치한 추태의 극치”라면서 “입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하여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으며,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김 제1부부장 담화‘ 이후 본격화된 남북관계 단절 조치에 그치지 않고, 군사 도발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설’까지 꺼내들며 거칠게 반응했는데, 그 배경에는 핵심 전력 중의 하나인 장사정포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18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북측에 배치한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 등의 장사정포는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자랑하는 전략자산으로 분류된다”면서 “북한이 유사시 장사정포를 일제히 쏠 경우 패트리엇 등 요격미사일 방어 체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언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020년 전반기 전국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출처: 연합뉴스)
발언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020년 전반기 전국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출처: 연합뉴스)

◆전문가 “北도발 가능성 커져” 공감

북한 전문가들은 공히 ‘북한이 예고한 수순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그 범위와 관련해선 해석이 분분했다.

안찬일 북한연구센터소장은 통화에서 “북한 내 우리 시설 파괴를 넘어 우발 충돌 등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우리 군도 대비태세가 확고한 만큼 직접적인 군사행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대남 공세만 높이는 등 긴장 국면을 조성하면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군의 발표에서 남측 군과의 충돌을 직접적으로 예고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 군에 허점이 노출되면 북한이 도발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만일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일이 생길 경우 북한이 전단이 담긴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한다든지, GP에서 총격이라든지, 서해 완충 구역에서 포사격 훈련 등 지엽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일부 GP에 경계병을 추가 투입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이 종국에는 SL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ICBM(잠수함탄도미사일) 등 미사일 카드까지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연초에 대미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을 때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여준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10월 노동당 창당 75주년 기념일에 맞춰 미국 대선 전에 뭔가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CBM이나 SLBM을 발사한다면 그 시점이 될 것이라는 게 신 센터장의 주장이다.

최기일 교수는 “북한이 북미·남북관계에서 그간 재미를 못 봤다. 소외됐다는 생각도 강한 것 같다”면서 “핵 투발 능력을 과시하면서 ‘아직 살아있다’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에서 발사 카드로 대미 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겨냥한 군사도발은 ‘레드라인’을 넘는 것인데, ‘북한으로선 얻을 게 없다‘는 지적엔 최 교수는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라는 이중고 속에서 최악으로 치달은 북한 경제 상황이 결정적인 이유”라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북한은 이미 미국을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남북관계를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로 보고 있는 북한으로선 어차피 미국과의 긴장 고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새벽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새벽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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