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 협회장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오래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술계 역시도 자기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늘 반복되는 일상적인 구조에서 살게 된다. 국악과 양악 역시 각자의 길을 열심히 왔지만 이제는 서로 소통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

우리끼리 빗장을 걸고 살던 때가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고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자도 새해 들어서 계속해 국악 공연을 보았다. 국립국악원 60주년을 맞은 ‘신년다회’콘서트에 이어, 국립창극단 유영대 예술감독을 만났고 그가 해설하는 ‘정오의 판소리’, 황병기 예술감독의 ‘정오의 음악회’도 보았다.

국악이 매우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었고 창극단의 청(淸) 등 몇 작품은 국가브랜드 레퍼토리로 정착되었고 향후 프로젝트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공연된 임준희 작곡가의 합창과 오케스트라 악기가 편성된 국악칸타타 ‘어부사시사’는 다시 국악관현악으로 편곡되어 이번에 春詞(춘사)를 선보였는데 계절마다 곡이 발표되고 있으니 먼발치서 보던 국악이 더 작업에 집중력이 있어 보였다.

공연을 보면서 우리 민족의 DNA에 들어 있는 흥과 신명을 클래식의 이성적인 음악성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서로의 한계성 극복을 위해서 교육과 현장에서 하루속히 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방향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사정은 너무 다르다. 국악인과 양악인(?)의 교류가 남북관계보다 멀다. 실제를 보아도,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이 국악 음악회에 오는 학생이 있을까. 거꾸로 가야금 하는 분이 클래식 공연을 보는 비율이 얼마나 있을까. 각자 앞만 보고 달려오기도 바빴던 시절에서 이제는 한 호흡 늦춰 국악과 양악이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세대가 기필코 풀어야 할 과제요 한국음악의 글로벌 시장개척을 위해서도 결정적인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곡가가 곡을 써도 연주되지 않으면 문화라 할 수 없다. 연주 기피에는 해석과 주법 등에 대한 교육이 전제되지 않은 원인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콩쿠르에 우리 전통 맛이 가미된 곡들을 지정곡으로 채택해야 한다.

콩쿠르가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고 심사위원들도 철학을 가지고 자국의 음악을 높이려는 생각을 해줘야 한다. 뭔가 한국음악에 고민하고 방향이 되는 것이 있어야 장기적인 입장에서 시장도 커지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은 자기들 것만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국악, 양악 모두를 가지고 있어 서로 상생해 ‘한국음악’을 만든다면 누구도 따르지 못할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때마침 한류바람을 타고 고급 한류가 뻗어 나가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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