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추락을 거듭 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31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7.50원 떨어진 1,096.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8년 9월10일(종가, 1,095.5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전 환율 수준이기도 하다.

◇ 환율 왜 떨어지나
지난 11일 일본 대지진 직후 1,140원대까지 올라섰던 환율은 불과 20여일 만에 40원 넘게 하락했다.

세계 경기 회복에 기댄 글로벌증시 강세와 달러 유동성 확대, 엔화 약세 기조 등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선진국 저금리에 기댄 풍부한 달러 유동성, 국내 펀더멘털 개선 기대, 원화 저평가에 따른 역외의 원화 매수 움직임 등도 최근 환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주요 7개국(G7)의 엔·달러 시장 개입 이후 엔화가 약세 흐름을 이어간 점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자극했다.

일본 대지진 직후 70엔대 후반에 머물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82엔대까지 올라섰다.

시장참가자들은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원화 매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고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가운데 오는 4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장관급회의를 앞두고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길 꺼릴 수 있다는 전망도 환율 하락 심리를 자극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근환 부산은행 금융시장지원부 부부장은 "서울환시를 둘러싼 대외 환경 모두가 환율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며 "여기에 3월 외환보유액이 3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경상수지 흑자 기조 등 대내 환경도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 원·달러 향후 전망은
시장전문가들은 정부의 고강도 시장 개입이 없는 이상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부부장은 "환율은 이제 마땅한 지지선도 없다"며 "이제 환율은 리먼 사태 이전 최저 수준인 1,080원대 진입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외화예금)도 환율 하락에 맞춰 서울환시에 쏟아지면 환율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강화도 향후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원화 강세(환율 하락)에 따라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이제 주식 매매뿐 아니라 환 거래를 통해서도 차익을 얻을 수 있어 향후 외국인 주식 순매수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증시와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지 않는 이상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 향방을 전망하기에 앞서 글로벌 증시의 조정 여부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면서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3번의 1,100원선 테스트가 있었지만, 운 좋게도 글로벌 증시 조정이 같이 오면서 추가 하락이 제한됐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이번에도 환율 1,100원선 붕괴와 맞물려 글로벌증시 조정이 연출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주가지수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면 환율도 추가 하락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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