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북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관련 뉴스. ⓒ천지일보 2020.6.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북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관련 뉴스. ⓒ천지일보 2020.6.17

전문가 “비충돌형 도발 가능성 있어”

“우리 군과 직접적 충돌은 자제할 듯”

文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 중대기로

北과 경색 국면 해소할 수단 많지 않아

“대미·대중 외교로 한반도 긴장 관리해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 시계가 제로상태가 됐다. 지난 13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공언 이후 사흘 만인데, 북한이 이렇게 말이 나오자마자 속전속결로 단행한 그 배경에 대해 짚어봤다.

아울러 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북한이 내놓을 다음 카드가 무엇이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북한군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는 등 군사 도발에 나설 경우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이번 조치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강조해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대 기로에 선 셈인데, 문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도 주목된다.

◆北폭파… “南불만에 대한 극적 표현”

통일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북한이 오늘 오후 2시 49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완파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다음번 대적행동 행사권은 군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지시한지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치로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에 문을 연 연락사무소가 개소 21개월 만에 사라지게 됐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조치가 이례적으로 신속하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자신들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그간의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을 계속해서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것(불만)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폭파라는 자극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지금 북한의 불만 표현 방식이 상당히 체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앞으로 개성공단 철거 등으로 더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도 통화에서 “북한 나름대로 복잡한 속내가 있겠지만, 현재 어려움에 처한 그들의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라는 이중고 속에서 최악으로 치달은 북한 경제 상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6

◆북한, 다음 단계는?

북한의 다음 조치와 관련해선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낸 담화에서 추론할 수 있는데, 당시 그는 남측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응분의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이후 단행할 조치들을 열거했다.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 하지 않은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신 센터장도 “이미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 다 담겨 있다. 개성공단 철폐가 다음이었고 다음 단계가 판문점 군사부문 부속합의서 파기였다”면서 “개성공단을 철거한다든가 아니면 관련 지역에 군부대를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제1부부장이 군부인 총참모부에 대적 행동을 이관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연락사무소 폭파도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오전 6시께 “남북합의로 비무장화된 지역에 다시 진출하고, 남쪽을 향해 삐라(전단)를 살포하겠다”고 예고한지 불과 8시간여 만에 실행에 옮겨졌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졌다.

최 교수도 “김 제1부부장이 언급을 했기 때문에 후속 조치로 남북 군사합의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관련해서 GP를 다시 설치한다거나 NLL 인근에서 해안포 훈련을 한다든지, 굳이 표현하자면 비충돌형 군사도발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북한이 우리 군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는, 즉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그런 도발은 감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잘 갖춰져 있다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靑, 강력 경고… 남북갈등 불가피

청와대도 북한을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놨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겸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이날 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가진 뒤 “북한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이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NSC 상임위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의 강경 대응 기조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대화의 손길을 뿌리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위를 더 이상은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만큼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답보 상태였던 남북·북미 관계를 복원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은 뜻밖의 장애물을 만난 셈이 됐다.

문제는 ‘향후 북한과의 경색 국면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인데, 마땅한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우리 정부로서도 쉽지 않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북한과 뭘 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주변 외교 환경을 조성해서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미, 대중 외교에 치중해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또 “일각에서 제기된 대북특사 파견이나 원포인트 정상회담 같은 경우는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다만 그렇다고 해도 정부는 갖고 있는 모든 루트를 통해서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계속하려는 시도는 있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