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알맹상점 양래교 대표가 15일 알맹상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알맹상점은 쓰레기 줄이는 ‘리필스테이션’ 상점이다. ⓒ천지일보 2020.6.1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알맹상점 양래교 대표가 15일 알맹상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알맹상점은 쓰레기 줄이는 ‘리필스테이션’ 상점이다. ⓒ천지일보 2020.6.17

잠자는 에코백 기부 받아

시장 상점 비닐봉지 줄여
 

알맹이만 사가는 시스템

쓰레기 줄이는 데 큰 도움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

자원순환센터 역할하고파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알맹이만 원하는 자, 바로 ‘알짜’들이 만든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이 15일 망원동에 문을 열었다. 알맹상점은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알맹 3인방(래교님, 금자님, 주은님)의 소망이 담긴 공간이다.

이날 오픈을 앞두고 찾은 알맹상점, 입구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쓰지 않는 물건을 담아두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게 빨간 ‘공유박스’를 만들고, 입구 한쪽 벽면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참여형 공간을 마련했다.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이 ‘쓰레기가 아닌 자원이다’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싶은 주인장의 마음이다.궁금증을 안고 알맹상점 3명의 대표 중 양래교 대표를 만나 알짜배기 이야기를 나눴다.

- 알맹상점, 어떤 곳인가요?

말 그대로 ‘알맹이’를 파는 곳이다. 알맹상점의 중점은 쓰레기 줄이는 ‘리필스테이션’으로, 물건을 그냥 사가는 게 아니라 알맹이를 리필해서 사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 마트나 시장에서는 알맹이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고, 생산에서부터 이런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지원이 안되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그럼 우리가 알맹이만 사갈 수 있는 상점을 만들어 쓰레기를 줄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알맹상점을 만들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망원시장@알맹’의 금자님, 주은님과 함께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해서 오늘(15일) 문을 열었다.

- 알맹상점을 열기 전에도 다양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맨 처음 시작은 2년전 망원시장에서다. 망원시장 안의 100여개의 상점에서 상인들이 검정 비닐봉지를 하루에 수백장에서 수천장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에코백과 종이가방을 기부 받아 상인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 첫 시발점이 됐다. 또 상인회가 운영하는 카페M에서도 일회용 빨대 없애기, 텀블러 대여, 매장 내 테이크아웃잔 사용하지 않기 등의 운동을 진행했고, 카페 한켠에 ‘세제소분샵’을 운영해 플라스틱 줄이기에 힘썼다. 지난 1월 카페M에서 나오게 되면서 ‘동네거점센터’처럼 운영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을 만들자는 의견이 모여 알맹상점을 오픈하게 됐다.

- 망원시장에서의 활동은 어땠나?

처음엔 상인들이 굉장히 귀찮아했고, 반응도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1년이 지나자 상인들의 인식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젠 용기내서 용기를 내밀면 상인분들이 더 칭찬해 주시고 물건도 덤으로 주실 때가 있다. 모두의 행동이 변화되기까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상인들의 인식이 변하고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도 중요하기 때문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했다. 에코백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사과 한알, 대파 한줄, 감자 한알 등 알맹이를 나눠주며 ‘검정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활동을 통해 환경운동은 누구 하나가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누구 하나의 책임도 아니라 서로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양 대표님이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범한 주부이자 캐나다 한 달 살기를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였다. 평소 환경에 관심은 많았는데 어떻게 실천해야 될지 몰라 ‘분리수거만 잘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유튜브를 통해 제로웨이스트를 접하게 됐다. 제로웨이스트 활동가들을 통해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고,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유튜브 주제도 변경했다. 또 현재의 알맹상점을 있게 해준 ‘망원시장@알맹’ 모임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왼쪽부터) 카페 한켠에 마련된 ‘세제소분샵’. 입구 벽면에 자리잡은 물물교환 공간. 인천바다에 버려진 유리조각으로 만든 굿즈와 나무반지. ⓒ천지일보 2020.6.1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왼쪽부터) 카페 한켠에 마련된 ‘세제소분샵’. 입구 벽면에 자리잡은 물물교환 공간. 인천바다에 버려진 유리조각으로 만든 굿즈와 나무반지. ⓒ천지일보 2020.6.17

- 알맹상점이 다른 제로웨이스트샵과 다른점은 무엇인가?

대부분 제로웨이스트샵이라고 하면 단순히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알맹상점은 물건보다는 ‘리필’이 주목적인 ‘리필스테이션’이다. 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커피가루, 우유팩, 테트라팩, 작은 플라스틱 등 개인이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다보니 쓰레기로 가버리는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동네 한곳에서 개개인의 작은 물품이 모이면 큰 자원이 돼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알맹상점이 이런 ‘자원순환거점센터’의 역할을 하고싶다.

또 새 물건을 사기보다 물물교환하는 ‘중고장터’를 열고, 셀러들이 만든 식품을 내가 필요한 만큼 용기에 담아 구입할 수 있는 ‘리필데이’도 운영할 계획이다. 다음주부터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자원순환에 대한 열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월화 강의’를 준비했다.

상시적으로 셀프워크샵도 운영할 예정이다. 셀프워크샵에서는 샴푸바·소프너물비누·양초 등 플라스틱 프리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구비해두고 있다. 지정워크샵을 듣고 만드는 방법을 배우면 차후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와서 언제든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고, 재료도 소분해서 구입할 수 있다.

- 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 변화되는 모습을 봤을 때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는 건 내 생활 전반을,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똑바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어느날 남편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한 번은 ‘치킨을 먹으려면 용기를 들고 가서 받아와야 된다’고 하니 흔쾌히 용기를 갖고 가서 치킨과 소스를 받아왔다. 남편의 행동에 공감해주고 칭찬해주신 치킨집 사장님에게도 감사했다.

또 알맹상점 오픈을 준비하면서 연희동 ‘노아스 로스팅’ 카페에서 보여준 배려에 큰 감동을 받았다. 원두 납품 시 비닐봉투에 밀봉해서 주는데 우리의 취지에 동참하고 싶다며 비닐봉투 대신 진공유리병에 담아 주신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통하면 회사도 바뀌는 모습을 보니우리가 잘하면 선한 영향력이 이 동네를 넘어 더 멀리 퍼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 우리가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는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건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한 번에 다 실천하려고 하면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서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우유팩을 그냥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모이면 화장지를 만들 수 있다. 우유팩을 모아서 알맹상점에 가져다 주기, 한 달동안 텀블러 들고 다니기, 빨대 사용하지 않기, 손수건 들고 다니기 등 생활 속에서 하나씩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제품을 구매할 때 끝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버릴 때 재활용이 되는지, 쓰레기가 얼마나 남는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면 좋겠다. 또 제로웨이스트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이 기사를 보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부분들을 실행해 나간다면 더 좋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알맹상점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20.6.1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알맹상점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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