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에 봉사활동은 맞지 않는 제도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에 봉사활동은 맞지 않는 제도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병용 칼럼니스트 

 

서울대가 올해 정시에서 봉사활동으로 인한 감점을 없애기로 했다. 연세대학교도 코로나19로 인해 고등학교 학사운영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2021학년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수상경력·창의적 체험활동·봉사활동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내년 고등학교 입학전형 때 중학교 3학년 봉사시간을 성적에 반영하지 않고 올해는 한시적으로 봉사활동 권장시간을 없애겠다고 했다. 현재는 중·고등학생의 봉사활동 기준 시간을 고등학생은 연간 20시간서 15시간, 중학생은 15시간에서 10시간으로 낮춘 상태다. 단 학교가 주도하는 봉사활동은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 봉사활동의 의미는 가르치도록 했다.

애초에 공부에 바쁜 중·고등학생에게 의무적으로 봉사시간을 채우게 하고 점수로 매기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 우리나라의 현실, 대학 입시제도, 학부모의 교육열을 도외시한 채 미국의 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해 학생들에게 안 맞는 옷을 입힌 기분이다. 

학교 공부에, 사교육에, 입시에 들어가는 다양한 비교과를 챙기려다 보니 봉사활동에도 편법이 난무한다. 봉사할 장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모의 정보력과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봉사활동의 질이 큰 차이가 나 또 다른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가까운 곳에 봉사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장소가 멀어도 봉사하러 가야 하는 아이들은 부모가 차로 데려다주고, 끝나면 데리고 오는 등 부모까지 동원되고 있다. 

행정복지센터, 지하철, 도서관, 파출소 등 관공서에서 하는 봉사활동은 가히 노동력 착취에 가깝다. 물론 봉사활동을 하러 온 학생을 관리하고 확인서를 끊어주는 일을 하는 담당자도 부수적인 업무가 추가돼 힘들다. 인건비 아끼려고 봉사시간을 준다는 빌미로 봉사할 학생을 모집해 이용하는 사설 기관도 많다. 봉사하려면 정말 일손이 부족한 곳인 취약계층 시설, 호스피스 병원 등에서 해야 봉사를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삶의 의미도 깨닫는 기회가 되는데 그럴만한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의 아이가 중학생 때 “4시간 봉사활동 했는데 8시간 확인서를 끊어줘 너무 좋아”라고 하는데 “다시 가서 4시간으로 정정해서 끊어와”라고 한 기억이 난다. 이런 상황에서 확인서를 정정해서 끊어오라고 할 부모는 많지 않다. 심지어 부모가 대신 봉사활동을 하고, 봉사시간을 부풀리고, 봉사활동 확인서를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지니 이미 봉사활동을 통해 봉사의미를 깨닫게 하려는 교육적 목표는 실패했다. 교사도 아이가 해온 봉사활동 확인서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작성된 형식에 문제가 없으면 학부모, 학생 반발 때문에 반영을 안 할 수 없다. 이런 식의 봉사활동은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학교에서 편법을 가르치는 꼴이다.

평일에는 학교와 학원 때문에 봉사할 시간이 없다 보니 대부분 주말에 봉사활동을 한다. 평일에 학교 다니고 주말에라도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학생들이 쉬지를 못한다. 심지어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면 봉사활동 확인서를 끊어 주는 행사도 많다. 봉사활동 확인서 발급이 가능한 단체는 봉사활동확인서 발급을 미끼로 학생을 동원하기도 한다. 봉사하려는 마음가짐이나 자세도 없이 점수를 채우기 위한 경쟁식의 봉사활동은 오히려 봉사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한 사회활동가들도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깨우치지 못한 채 사회 운동에 뛰어들어 생긴 부작용이다.

봉사활동을 폐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폐지하지 않더라도 이젠 획기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 최소한 개인 봉사활동의 상한선을 정해 일정 시간 이상 봉사활동은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면 그나마 봉사활동으로 인한 소모적 경쟁을 줄일 수 있다. 봉사활동이 스펙으로 인식되다 보니 경쟁이 과열돼 100시간도 넘게 하는 학생이 있다. 개인 봉사활동은 폐지하고 학교에서 단체로 10시간 정도의 봉사활동만 창의적 재량 활동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고 입시를 위한 점수 따기 차원에서 강요되는 봉사활동은 결코 교육적이지 못하다. 불평등이 심화된 제도는 빨리 없애야 그나마 부작용을 줄일 기회라도 있다. 중·고등학교보다는 대학교에서 필수 교양과목 정도로 지정해 봉사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사회에 진출하도록 하는 게 오히려 낫다.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에도 학교 봉사활동은 맞지 않는 제도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