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웰컴 투 비디오(W2V·Welcome To Video)’는 손정우(24)가 2015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운영한 아동성착취영상물 커뮤니티다. 손정우는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을 기반으로 유료회원 4000여명을 포함, 총 회원수가 128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아동성착취물 웹사이트를 운영했다.

“오직 아동성착취 영상물만 올려라”라고 주문한 손정우의 말에 많은 회원들이 포인트를 얻을 목적으로 아이들을 실제 성폭행하고 이를 찍어 업로드했다. 손씨는 2년 8개월간 다크웹을 운영하면서 4000여명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챙겼다. 문제는 손정우가 국내에서 받은 납득하기 어려운 짧은 징역 기간이다. 2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음란물 제작자와 그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매개 혹은 촉진의 역할을 해 사회적으로 미친 해악이 매우 크다”면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런 판결을 놓고 미성년자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소아성애 범죄가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를 한국 법원이 아직 인지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을 넘어 재판부의 인식 자체가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다. 영국 최악의 소아성애자 리처드 허클은 2006년∼2014년 말레이시아에서 생후 6개월에서 12세 사이 어린이와 관련된 91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허클은 말레이시아에서 자원봉사 일도 하면서 200명 이상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그의 컴퓨터에는 자신의 범행 장면을 촬영한 2만건 이상의 동영상과 사진이 숨겨져 있었다.

런던 중앙형사법원은 2016년 허클의 혐의 중 71건을 유죄로 판단하고 최소 25년을 복역하도록 했다. 미국 역시 소아성애 범죄자에 대해 엄격한 법의 잣대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초범이라도 반성을 한다는 이유로 구형량을 줄이거나 관대한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한국처럼 주범이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거나 공범들이 집행유예나 벌금형만 선고되는 일은 전무하다.

또한 오랜 경험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가 재범률이 무척 높다는 것을 인지한 법무부 범죄국에선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아동성범죄를 연구하고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내에선 ‘소라넷’ ‘다크웹’ ‘N번방’에 이르기까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공간 내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법원은 이런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왜 극악무도한 범죄자인 손정우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는지 국민에게 납득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해자들보다 범죄자인 자신의 아들 보호하기에만 급급한 손정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최근 손정우의 아버지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 국민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손정우의 아버지는 아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궤변을 늘어놓으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앞에서 아들의 범죄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정우 지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손정우는 어릴 때부터 ‘끼’를 보였다. 미성년자 나이에 사이버해킹도 잘했고 도박사이트도 만들었다며 손정우의 이러한 범죄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국내에서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아동 성범죄에 대해 사회가 깊이 있게 관찰하고 주목해야 한다. 충남 당진의 한 시골마을에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가 운영됐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 미국에선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신청했다. 손정우가 미국으로 건너가 형량을 받게 되면 법이 무거운 미국에서 최소 수십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소아성애자들의 형량을 너무 낮게 책정한 한국 법원은 단순히 호기심이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죗값에 대해 더 이상 관대함을 떨쳐버려야 한다. 글로벌한 미성년자들을 타깃으로 진행됐던 아동 성착취물 공유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무대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였던 점을 감안해 손정우는 미국으로 가서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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