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혜민 기자] 고(故)구하라의 빈소가 25일 서울 강남구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故 구하라의 영정.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25
[천지일보=박혜민 기자] 고(故)구하라의 빈소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강남구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故 구하라의 영정.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25

A씨 소방관 딸 지난해 순직

32년 만에 나타난 친모

수천만원 유족급여 받아가

분노한 A씨 부녀 소송 제기

法 “양육비 7700만원 지급”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혼 후 연을 끊었던 어머니가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를 받아간 이른바 ‘전북판 구하라 사건’과 관련, 법원이 어머니가 전 남편에게 딸의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에 사는 A(63)씨는 지난 1월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전 부인 B(65)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 1100여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는 두 사람 사이에서 낳은 딸의 갑작스런 죽음에서 시작됐다. 앞서 수도권 소방서의 응급구조대원으로 일하던 A씨의 둘째 딸(당시 32세)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앓다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재해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A씨가 청구한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문제는 공무원연금공단이 법적 상속인인 B씨에게도 사실을 통보하면서다. B씨가 숨진 딸의 퇴직금 일부와 유족급여 등 8000만원가량을 받았는데, A씨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매달 지급될 유족연금 91만원도 수령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988년 이혼 후 가족과 어떤 왕래도, 부모로서의 역할도 없었고 딸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B씨는 재판과정에서 “전 남편이 집에서 쫓아내다시피 해 나와 아이들의 물리적 접촉을 막았다”며 “딸들이 엄마를 찾으면 전 남편은 딸들을 때리기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딸들을 위한 청약통장에도 수년 간 매달 1만원씩 입금했다는 서류도 제출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고 구하라 씨의 친오빠 구호인씨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고 구하라 씨의 친오빠 구호인씨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2

그러나 이들의 첫째 딸은 “생모는 동생이 떠난 이후 동생이 어디에 안치돼 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며 B씨 주장을 부인했다. 아버지가 자신들을 때린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혼 당시 양육비에 대해 협의한 적이 없고, 이번 재판 이전엔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7700만원만 지급하도록 했다.

A씨 소송을 대리한 강신무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이혼 시점부터 딸이 사망한 지난해까지 30년이 넘도록 양육을 방치한 생모에게 그동안 다하지 않은 부모의 의무를 이행하라는 취지”라며 “생모가 딸의 유족급여 등을 이미 빼돌린 사실이 확인되면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가수 구하라씨가 숨진 뒤 20여년 만에 친모가 나타나 재산의 절반을 요구한 사건과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구씨 친모와 관련해 구씨의 오빠 구호인씨는 지난 3월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해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자’의 유산 상속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을 입법청원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처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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