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스님이 15일 서울 중구 우리함께빌딩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민간인 불법사찰에 따른 명진스님의 국가조계종 상대 손배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5
명진스님이 15일 서울 중구 우리함께빌딩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민간인 불법사찰에 따른 명진스님의 국가조계종 상대 손배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명진스님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불법적인 사찰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조계종을 상대로 1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조계종 측엔 승적 회복과 함께 사과를 요구했다.

명진스님은 15일 서울 중구 우리함께빌딩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민간인 불법사찰에 따른 명진스님의 국가조계종 상대 손배소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명진스님은 “국가기관이 심부름센터도 아니고 이렇게 뒷조사를 했다는 사실이 한심스럽다”며 “국가가 개인을 적나라하게 사찰한 경우가 문건으로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생각한다. 분하고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권력기관에 대한 모든 불법사항을 고치겠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더 이상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핑계로 국가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을 미루거나 멈춰선 안된다”며 “즉시 국정원장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돌아갈 것이다. 통큰 결단과 개혁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명진스님은 “6월 말까지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통령께 직접 면담 신청을 할 것”이라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서라도 국가 권력기관의 부패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일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조계종단을 향해서 “한전부지 건 등 허위사실로 승적을 박탈한 것이 대법원의 판결로 드러났다. (조계종은) 잘못을 바로 잡아 승적을 원위치 시키기 바란다”면서 “6월 중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처가 없다면 종단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적 조치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덕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등 소송대리인단은 “이번 소송의 목적은 권력을 남용한 국가 범죄와 종교 범죄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대리인단이 입수한 국정원의 불법사찰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명진스님을 미행하고 도청하는 등 불법 행위를 통해 스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이뿐 아니라 조계종과 결탁해 명진 스님의 불교계 퇴출을 공작했다는 게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이들은 “조계종은 종교기관으로서 국정원의 이러한 불법 행위를 막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원장과 조계종 기관들은 명진스님의 봉은사 주지직 퇴출을 압박하고 승적 박탈 등의 불교계 퇴출을 공모하고 실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국정원은 명진스님에 대한 불법사찰을 넘어 조계종이 명진스님을 퇴출하고 승적까지 박탈하도록 공작했다”며 “조계종과 당시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명진 스님의 퇴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정원으로 하여금 불법사찰 실태가 담긴 나머지 자료들을 전면 공개하고, 사찰에 관여한 국정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조계종 측은 주지로 재직 당시 사찰 재산에 대한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종단을 비판하는 언행으로 승풍실추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2017년 5월 1일 명진스님에게 제적의 징계를 내렸다. 제적은 복귀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중징계로, 조계종 스님으로서의 신분을 잃게 되며 승려 신분상의 일체 공권이 박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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