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여당 몫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선출됐지만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노른자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서로 차지하겠다는 다툼인바, 양당에서는 한 치 양보가 없다. 법사위는 흔히 상원(上院)이라 불리며 국회 상임위에서 넘어온 각종 법률 제․개정안에 대해 법체계 및 자구 심사한다는 명목과 함께 각종 안건들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통합당에서는 상임위원장 후보 대상자인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회합을 갖고, 법사위원장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법사위 하나만 관철되면 나머지 통합당 몫 위원장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는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다 뺏길 것을 각오하면서도 법사위원장만은 고수하겠다는 것이니 그 의지가 강한만큼 여당에서 고민이 많다. 이런 사정에서 민주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원 구성 한다면 비록 여당이 ‘국민 이익’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국민 눈에는 21대 국회 초부터 ‘여야 협치’가 아닌 ‘여당 독주’로 보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긴 해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원 구성에 대한 원칙론은 확고하다. 지난 20대국회에서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국정 발목잡기가 많았다는 것인바,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법사위를 가져가면 ‘체계·자구 심사권’을 빌미로 ‘국정 발목잡기’할 것이라며, 이는 지난 4.15총선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176석 절대 의석을 준 그 뜻에 반하는 일이라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법사위원회를 차지한 통합당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법률안이나 추경안 등을 국회 본회의에 제때 넘기지 않아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은 과거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4년 동안 원구성에서 여야가 합의해 법사위원장 몫은 제1야당이 차지했다. 지금은 여당이 법사위원장 직을 포기하지 않을 태세이고, 이에 따른 통합당 반발이 크니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슬기롭게 헤쳐 나갈지가 궁금하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바 원 구성의 기본원칙을 지키되, 지금까지 있어왔던 국회 관례를 따르는 등 결과적으로 여야 타협의 정신에서 박 의장이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정도일 것이다.

민주당이 12일 본회의를 열어 “18개 상임위를 구성하겠다” 했지만 박병석 의장은 본회의를 열지 않고 여야가 다시 한번 원 구성 논의하라고 말미를 주면서 그 시한을 15일로 못 박았다. 21대 국회가 할 일들이 많으니 15일에는 원 구성을 완료한다는 것이다. 그와 관련해 민주당이 “통합당에서 법사위를 맡으면 국정 발목 잡기 할 것”이라는 말은 고루하다. 통합당이 지난 총선 때 국민의 심판을 받아 세력이 쪼그라들었는바, 다시 발목 잡기 하다가는 당 존재마저 잃을 수 있는 현 상황인 터, 여당은 기우(杞憂)를 버리고 ‘여야 합의’라는 대의를 따라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