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라는 게 있다. 1982년 미국의 사회학자 윌슨(Wilson)과 범죄학자 켈링(Kelling)이 논문지에 게재해 소개됐던 이 이론은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그 지역 일대가 무법천지로 변한다’는 것으로, 무질서와 범죄의 전염성을 경고한 이론인바, 시사점은 평소 사소한 문제에 있어서 그에 맞는 처방을 제때,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나치면 나중에 ‘큰코다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결국 쓰레기통 옆에 수많은 쓰레기가 쌓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증명된 바 있다.

이 이론과 연계되는 우리 속담 중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으니, 현재 악화된 남북관계 현상의 결과물과 들어맞는 말이다. 북한은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에 따른 대북 전단물 살포에 대해 언급한바 있다. 합의 내용대로 준수하자는 것이었던바, 끝내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은 남한의 탈북단체가 김포지역에서 대량 살포한 대북 전단물을 핑계 삼아 그나마 유지되던 남북관계가 파탄 날 것을 예고했다. 판문점선언 후 지난 2년 동안 정부와 국회가 어떤 조치를 했기에 북한이 합의를 깨고 ‘대남 무력시위를 공식선언’하기에 이르렀는지 국민은 답답하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뒤늦게야 대북 전단물을 살포한 탈북단체 관계인을 고발조치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판문점선언에 따른 조그만 일이라도 철저히 챙겨야했다.

역사적 사건이기도 했던 ‘판문점선언’에 대해 국회가 비준․동의하고 정부는 더 개선된 남북관계 협력을 해야 했건만 정치싸움에 뒷전으로 밀려났고, 그러한 사이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9.19 군사합의에 대해 파기수순을 밟으면서 군사행동까지 경고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남북 호전’ 홍보만 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신경 쓰고 진척시켜왔다면 이런 사소한 문제는 호미로 막을 수 있었지만 이젠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이니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국민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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