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연밭

공광규(1960 ~  )

붉은 연꽃에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빗물이 푸른 연잎에 고여
흰 구슬을 만들고 있다오

구슬 천 말 만 말 만들어 연못에 쏟아 붙느라
시골집 작은 연밭은
장마철만 되면 바쁘다오.

 

[시평]

어느덧 유월이다. 하지(夏至)가 멀지를 않다. 이내 굵은 장맛비가 우두둑 내릴 것이다. 어린 시절,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날엔 꼭 굵은 장맛비가 내리곤 했다. 신나는 방학식을 마치고 비를 맞는지도 모르고 집으로 뛰어오면, 그 장맛비가 왜 그렇게 싱그럽게 느껴지는지.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내려, 마당 한 구석 수돗가에 놓인 물동이로 떨어지는 방울방울 짓는 그 물방울이 왜 그렇게 재밌게 보였는지.

연꽃이 핀 연못에 장맛비가 내린다. 빗물은 넓은 연잎에 잠시 고여 있다가는 도로록 하고는 구슬을 이루며 연못으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빗방울은 마치 수천 개의, 수만 개의 맑디맑은 구슬을 만들어 내며 도루록, 도로록 연못으로 굴러 떨어진다.

지금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기 때문에 이런 광경을 도시에서는 볼 수가 없다. 지방도 차츰 아파트가 들어서는 경향이라, 시골에서도 어쩌면 머잖아 보기가 어려운 광경이 되지 않을까. 구슬 천 말 만 말 만들어 연못에 쏟아붓느라 바쁜, 장마철의 시골집의 작은 연밭이 아, 아 머나먼 옛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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