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부지. (제공: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제공: 대한항공)

대한항공·서울시, 송현동 부지 매각 놓고 갈등

현산·채단권 ‘줄다리기’에 초조한 아시아나항공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가 연이은 악재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울시와 송현동 부지 매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항공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고, 회사를 매각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채권단의 줄다리기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 송현동 부지 등의 유휴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의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달 초 송현동 부지의 보상비로 4671억 3300만원을 책정하고, 2022년까지 분할 지급하겠다는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해 이 같은 자구책에 제동이 걸렸다.

앞서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 총 15개 업체가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서울시의 문화공원 지정과 강제 수용 의사가 알려지면서 제1차 입찰마감일인 지난 10일 입찰에 참가한 업체는 전무했다. 서울시가 공원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본입찰에도 참여하는 곳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11일 권익위에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화 계획과 관련한 행정절차의 진행을 중단토록 시정권고 또는 의견표명 결정을 해 달라며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고충민원 신청서에서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결정 관련 행정절차 진행을 중단하고 부지 매각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유무형적 행위를 중단하라는 시정 권고 또는 의견 표명 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는 송현동을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자체적으로 보상비까지 책정해 공고했다. 하지만 이후 대한항공 부지 예비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9월 말까지 부지를 매각해 자본을 확충하려던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대한항공의 고충 민원 제기에도 서울시는 일단 종전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어 당분간 송현동 부지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현산은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채권단은 다시 원하는 조건을 먼저 제시하라고 다시 현산에 공을 넘긴 상태다.

지난 4월에도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연기한 바 있는데, 연이은 이러한 움직임에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당시보다 부채가 4조 5000억원 늘고,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계약 당시(2019년 반기 말)보다 1만 6126% 급증했다.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순손실과 올 1분기를 합해 8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현산은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현산에 충분한 자료와 설명을 제공했다고 반발하는 등 서로 책임 떠넘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단 업계에서는 현산과 채권단이 이달 말로 예정된 거래 종결 시한을 최대 연말까지 연장한 뒤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하반기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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