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출처: 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출처: 뉴시스)

13일 밤 김여정 명의 담화 또 발표

“대적행동 행사권 군 총참모부에 넘겨”

정부 “남북 군사합의 반드시 준수해야”

전문가 “북한, 도발 가능성 배제 못해”

“북한의 행보,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연일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가던 북한이 전날인 13일에는 군사적 행동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지난 9일 남북 통신선을 전면 차단한 데 이어 후속 조치를 예고했던 터라 실제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설지 주목된다. 아울러 군사 행동에 나선다면 어떤 방법을 취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김여정 “남한과 결별할 때 된 듯”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전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확실하게 남한과 결별할 때가 된 듯 하다”며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머지않아 쓸모없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4일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폐쇄를 언급한 뒤 남한과의 연락채널을 차단한 김 제1부부장이 이번에는 건물 자체가 철거될 것이라는 위협을 한 셈이다. 그러면서 김 제1부부장은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군사행동까지 예고했다.

북한은 최근 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서 등을 폐기하겠다는 뜻을 연이어 밝혔다. 북한의 행보로 볼 때 남북 간 서해 상 충돌 방지와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약속한 남북군사합의서를 파기하는 조치에 나설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를 시작으로,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8일 대남사업 총화 회의, 9일 대적사업으로 전환 발표, 11일 통일전선부장 대변인 담화, 12일 장금철 통일전선 부장 담화, 전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 등을 통해 대남 비난 공세를 강화해왔다.

이런 가운데도 전방에서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을 맡고 있는 북한 군부는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이 총참모부에 대적 행동을 지시함에 따라 군부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또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발사 가능성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지배적이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교수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내 우리 시설 파괴를 넘어 지엽적인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탈북단체의 전단이 담긴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하거나, 서해 완충 구역에서 다시 한 번 포사격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안찬일 북한연구센터소장은 “우리 군도 원점 타격이라는 결연한 자세는 바뀐 게 없기 때문에 북한이 군사 도발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군사 행동보다는 개성관리사무소나 연락사무소, 또는 금강산관광지구 내에 있는 우리 시설물들을 폭파시키면서 한풀이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안 소장은 “우리 땅, 우리 군대를 건드리는 도발은 북한도 상당이 두려워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전경 모습.ⓒ천지일보DB
청와대 전경 모습. ⓒ천지일보DB

◆靑, 北도발 가능성 등 대책 논의

김 제1부부장이 대남 군사행동까지 거론하자 우리 정부도 분주해졌다. 14일 청와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화상회의를 개최하고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향후 대책을 점검했다.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도발 상황에 대한 대비는 돼 있는지 대책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와 국방부도 잇따라 반응을 내놨다. 일단 통일부는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남과 북은 모든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고, 국방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 및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국방부는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쪽에서 충분히 이해를 했으니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남북관계 개선을 차단하는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의 잇따른 대남 비난 공세는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의 담화와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남 업무를 대적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선언 이후 그들의 전략과 맞물려 단계적으로 노골화하는 모양새다.

우 교수는 ‘북한의 이런 일련의 행위가 갑작스럽기도 하고 다소 억지스러워 보이는 데 그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의 북한의 행보는 대북제제와 상반기를 잠식한 코로나19 사태라는 이중고 속에서 그들의 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나타난 결과”라며 “그만큼 북한 내부 사정이 다급하다는 것이고, 한국이 북한이 만족할 만한 안을 들고 오라고 채근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코로나19로 중국도 어려운 상황인데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실질적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북한이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가운데 북한 내부 결속도 강화해야 하고 미국을 움직이려고 하는 차원도 있고 한국을 볼모로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북한이 연일 대남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후 경기도의 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군 초소 맞은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 군인이 근무를 서고 있다.ⓒ천지일보 2020.6.14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북한이 연일 대남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후 경기도의 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군 초소 맞은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 군인이 근무를 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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