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지난 10월 31일 공개한 군함도 전경을 담은 사진. (출처: 연합뉴스) 2019.12.3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지난 10월 31일 공개한 군함도 전경을 담은 사진. (출처: 연합뉴스) 2019.12.3

군함도 포함한 산업유산 전시

日, 유네스코 약속 이행 안해

교도 “역사수정주의 비판 살 것”

[천지일보=이솜 기자] 일본 정부가 한반도 강점기인 메이지 시대의 산업유산에 관한 전시시설을 일반인에 공개한다. 왜곡된 내용을 수정하지 않은 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역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일반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국민회의)’는 지난 3월 31일 도쿄도 신주쿠구 소재 총무선 제2청사 별관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15일부터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공개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센터는 주로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역사를 소개한다. 국민회의 측은 센터 개관식을 연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곧바로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 지난달 25일 일본 전역의 긴급사태가 해제됨에 따라 당분간 완전 예약제 형태로 일반 관람객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 징용 현장인 나가사키시 하시마(군함도) 탄광을 영상과 패널로 소개하면서 강제동원 사실을 은폐하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논란이 예상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중 하나로 꼽는 하시마 탄광의 전시 코너에서는 한반도 출신자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없었다는 군함도 옛 주민들의 증언이 영상과 글로 소개된다.

이 중에는 태평양전쟁기에 어린 시절을 군함도에서 보냈다는 재일교포 2세 고(故) 스즈키 후미오의 증언이 포함돼 있다. 스즈키씨는 조선 출신자들이 ‘노예노동’에 내몰렸는지를 묻는 말에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즈키씨 외에도 차별적인 취급을 부정하는 옛 주민 30명 이상의 증언이 차례로 공개된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증언은 사실이 아니다.

일본은 산업혁명 유산 중 군함도를 비롯해 야하타 제철소, 나가사키 조선소, 다카시마와 미이케 탄광 등에 한국인(조선인) 3만 3400명을 강제동원했다. 특히 군함도에서는 1943∼1945년 500∼800명의 한국인이 강제 노역을 했고, 1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전시를 여는 데 대해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역사적 정설을 ‘자학사관’으로 보고 반론을 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과거의 사실을 덮는 역사수정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3년 9월 군함도를 포함하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를 반대하자 결국 일본은 몇몇 시설에서 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대 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강요받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등재가 결정된 후 세계유산 각 시설의 역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 전략을 마련하라는 세계유산위원회 결의를 무시하고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조선인 강제 노역의 역사를 삭제해 버린 것이다.

교도통신은 “한국 정부는 한반도 출신자들이 강제로 일했다는 사실을 일본이 성의있게 설명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며 “일본정부의 이번 대응은 매우 불성실한 것이어서 (한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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