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K 롤링 (출처: 뉴시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K 롤링 (출처: 뉴시스)

"나는 성폭력 피해자…이 이슈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

해리포터 작품에 불똥 튈까…워너브러더스, 롤링과 거리 두기

최근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이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해명 글을 올리며 자신의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10일(현지시간) BBC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롤링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성 정체성 이슈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여러 이유를 밝히면서 그중 하나로 가정 폭력과 성폭력 피해 생존자라는 자신의 개인사가 작용했다고 밝혔다.

"20년 이상 대중의 눈앞에 있었으나 한번도 내가 가정폭력과 성폭력 생존자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운을 뗀 그는 "내게 일어난 일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기에 후유증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내 첫 결혼에서 얻은 딸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딸의 것이기도 한 이야기를 나 혼자만의 권리라고 주장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얼마 전 딸에게 내 인생의 일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면 어떨지 물었더니 그렇게 하라며 용기를 줬다"고 뒤늦게 개인사를 밝히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일을 지금 말하는 것은 동정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개인사를 가진 많은 여성들, 그리고 한쪽 성에 관해 우려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이 심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왜 여자를 여자라고 부르지 못하느냐"며 성별을 구분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성별 구분을 부정하려는 시도는 생물학적 여성으로 살아오며 겪은 현실을 잔혹하게 차별하는 것"이라며 "트랜스젠더들은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표현이 친절하다고 느끼겠지만, 여성으로서 언어폭력을 당해온 나 같은 사람들은 적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여성은 코스튬도 아니고 '지미추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라며 "여성을 '월경하는 사람', '외음부를 가진 사람'이라 표현하면 비인간적이고 폄하적으로 들린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그저 원하는 것은 그 어떤 협박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여성에 대한 공감과 이해"라고 강조했다.

롤링이 이처럼 개인사까지 공개한 데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 정체성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

앞서 롤링은 지난 6일 한 사회적기업이 여성을 '월경하는 사람'이라 표현하자 트위터를 통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여성을 성별이 아닌 생물학적 특성으로 가리키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미다.

그러자 성별 표시에 민감한 트랜스젠더들을 비롯해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까지 롤링을 비판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해리 포터' 영화에 출연했던 엠마 왓슨은 "트랜스젠더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며 성별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롤링의 글이 발표된 지 몇시간 지나지 않아 해리 포터 시리즈를 영화로 제작한 워너브러더스의 모회사인 AT&T는 성명을 내고 "우리 회사와 전 세계 소비자는 다양하고 포용적인 문화 조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오고 있다"며 이번 논란과 선을 그었다.

롤링을 둘러싼 논란이 작품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워너브러더스의 주요 수입원이다. 영화부터 테마파크. 장난감 등을 판매해 수백만 달러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AT&T가 얼마 전 출시한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의 인기작이기도 하다.

다만 워너브러더스는 성명 말미에 "우리와 협업하는 모든 작가의 작품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며 "작가와 독자 간 공감대와 이해를 형성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임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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