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아동학대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와 법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드러나고 있다. 계모에 의해 가방 속에서 숨진 9세 아동의 경우, 여러 번 학대가 의심됐고 관찰도 되고 있었다. 그러나 조사과정은 엉터리였고, 학대하는 가정으로 돌려 보내졌다. 계모가 있는 자리에서 “맞았냐” 물었고 “안 맞았다”는 9살 피해 아동의 말을 어른들은 그냥 믿고 싶어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창녕 아동학대 피해 여아의 내용도 충격적이다. 쇠목줄에 이틀간 묶여 있었고, 물고문도 당했다. 밥은 하루 한끼 먹었다. 엄마가 잠시 목줄을 풀어준 사이에 4층 높이 베란다를 통해 옆집으로 피신해 구출된 것이다. 엄마는 조현병을 앓았고, 아버지는 계부였다. 계부는 프라이팬으로 아이의 손도 지졌다. 조사예정이던 부모는 자해소동을 벌여 입원 중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형사정책연구’ 봄호에 실린 아동학대 피해사망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연구진은 2016년 1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부검한 0~18살 아동 전수 341명의 법의부검자료 분석결과 이 중 학대로 인한 사망 ‘확실’이 84명, ‘거의 확실’은 13명, ‘강한 학대 의심’이 51명이었다. 그해 공식 통계 36명과 비교하면, 최소 2배에서 4배까지 차이가 났다. 피해 아동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원가족 우선 정책도 문제다. 가정에서도 체벌을 못하게 법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집안에서 보이지 않게 일어나는 각종 학대를 얼마나 제재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모든 일의 시작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기본 도리를 배우지 못하고 교정받지 못한 어른에 의해 언제든지 유사범죄는 유발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학대 의심 가정의 부모만이라도 제대로 부모교육을 일정시간 받도록 강제화해야 한다. 가해 부모들이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며, 또다른 인격체라는 사실과 그 후유증이 평생을 간다는 것만 주지해도 재발률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사람이 지켜야할 도리를 기록한 삼강오륜(三綱五倫) 중 부자유친은 아버지와 자식 사이는 가깝고 사랑으로 맺어져 있으니 그에 합당한 도리를 서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도리를 지키는 건강한 부모와 자녀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우리 사회와 법이 이제라도 고민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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