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피해아동, 4층 베란다 난간 통해 목숨걸고 탈출

쇠막대기로 온몸·종아리에 멍들 만큼 폭행 자행

계부·친모, 물 담긴 욕조에 가둬 숨 못 쉬게 해

경찰 “계부·친모, 자해 시도”… 피의자조사 차질

청와대 국민청원 “가해자 무기징역 선고해달라”

전문가 “개인적 특수성 등 다각적인 조사 필요”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쇠사슬로 목이 묶이고, 식사는 하루 한 끼, 쇠막대기로 폭행을 당하고,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지는 고통을 받았다. 이 경악스러운 내용은 모두 최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 A(9)양이 받은 실제 학대다. A양이 부모의 감시가 없는 틈을 타 건물 4층 높이 베란다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하면서 알려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민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12일 경찰조사 등 그간 공개된 내용을 종합하면, A양은 지난달 29일 거주지인 4층 빌라 테라스에 갇혀 있었으나, 목줄이 채워지지 않았고 부모가 없는 틈을 타 옆집으로 넘어갔다. 탈출 당시 창문이 잠겨져 있어 4층 난간을 잡고 넘어가는 과정은 목숨을 건 시도였다.

겨우 탈출에 성공한 A양은 옆집을 통해 맨발로 밖으로 나왔으며 한 이웃주민에게 발견됐다. 이 주민은 A양에게 슬리퍼를 신겨주고 먹을 것을 사줬고, 아동보호시설에 맡겼다. 이달 1일 수사 의뢰를 접수한 경찰은 해당 아동보호시설에서 A양을 만나 피해 사실을 조사했다.

경찰이 조사한 A양의 진술에 따르면 A양은 탈출하기 전 이틀 정도 쇠사슬로 목이 묶이고, 테라스에 갇히는 등 감금을 당했다.

A양의 부모는 A양을 쇠막대기로 온몸과 종아리에 멍이 들 만큼 폭행했다. 심지어 글루건으로 발등에 뜨거운 접착제를 뿌려 화상을 입히기도 했고,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A양의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거나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지는 학대행위를 하기도 했다. 또 물이 담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게 하기도 했고, 하루에 한끼 정도 밥을 주는 등 굶기기도 했다.

이 같은 학대 정황은 A양의 건강 상태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A양의 신체 다수 골절과 상처, 손과 발 등의 화상 흔적을 확인했다. 또한 영양상태가 나빠 A양이 빈혈증세를 보인다는 의사의 소견도 받았다.

A양은 위탁가정에서 2년간 생활한 뒤 지난 2017년 복귀하면서 잦은 폭행을 당했다고 아동 전문 보호기관에 진술했다. 장기간 폭행이 있었으나 긴 옷으로 상처를 가리고 다니는 등 학대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A양의 학교 담임교사와 이웃 등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부와 친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한 9살 피해 아동 거주지인 경남 창녕군 한 빌라 11일 모습. 피해 아동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베란다(오른쪽)에서 난간을 통해 옆집(왼쪽)으로 넘어갔다. (출처: 연합뉴스)
계부와 친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한 9살 피해 아동 거주지인 경남 창녕군 한 빌라 11일 모습. 피해 아동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베란다(오른쪽)에서 난간을 통해 옆집(왼쪽)으로 넘어갔다. (출처: 연합뉴스)

경찰은 지난 2일 A양의 계부 B(35)씨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B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대부분 부인했다. A양을 감금한 이유에 대해선 “A양이 집을 나가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반항을 해서 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B씨의 차량에서 쇠사슬과 자물쇠를 증거물로 확보했고, 주거지에선 프라이팬과 글루건, 효자손, 쇠막대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A양 부모로부터 나머지 아이 3명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B씨와 친모 C(27)씨가 자해를 시도하는 사태가 발생해 병원에 입원 조치되면서 조사에 차질을 겪고 있다.

앞서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A양의 의붓동생 3명에 대해 임시 보호 명령 결정을 받았고 이를 지난 10일 집행하려고 했다. A양의 동생은 6세, 5세, 태어난지 100일이 채 되지 않는 갓난아이 등 3명으로 알려졌다. 이 아이들은 C씨와 B씨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집행할 당시 C씨는 머리를 쥐어뜯거나 벽에 머리를 박고, B씨는 혀를 깨물려고 하거나 4층 거주지에서 아래층으로 뛰어내리려는 행동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의 제지로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두 사람은 병원에 응급입원됐다.

A양의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는 부모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아동학대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이들 부모에게 무기징역을 내려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왔다.

‘아동학대’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토론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시민은 “제발 법을 강화하자”며 “죄 없는 아이들이 학대로 죽어가고 있다. 도대체 뭘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창녕 학대소녀를 봤느냐. 불쌍하지 않느냐. 눈물만 난다”고 했다.

‘창녕 아동학대 가해자 무기징역을 선고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글쓴이는 “아이의 계부가 아이를 프라이팬으로 지지고 아이의 몸에는 멍투성이와 손에는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폭행을 가했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범죄는 없어져야 된다. 이번 아동학대 문제는 그냥 넘어가선 안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친모가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지 않아서 공감능력이 떨어졌고 그래서 아이를 체벌하면서 가학적으로 다뤘던 것인지, 아니면 친모가 남편의 폭력에 노출됐고 아이 역시 학대를 받았던 것인지, 또는 친모와 계부(남편) 모두 합리적 판단이 어려운 사람인지 등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아동학대와는 차이가 있는 개인적인 특수성에 대해선 조사를 통해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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