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구석본(1949 ~ )

고슴도치 한 마리,

동그랗게 몸을 말아 허공에 걸려 있다.

 

온몸에서 내뿜는

거부의 빛,

지상을 찌르고 있다.

 

온 천지에 노란 외로움이 들끓고 있다.

 

[시평]

세상에 고슴도치 마냥 외로운 짐승이 또 어디 있겠는가. 온몸이 날카로운 털로 뒤덮여 그 누구도 접근하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외롭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늘 적의를 지니고 다른 동물을 찌르려는, 그러한 태도를 지닌 듯하여,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가까이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주 못생긴, 그러한 짐승으로 흔히 인식돼 있다. 그래서 잘 알려진 속담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는 말이 생긴 것이리라.

외로운 사람이 바라보는 보름달은 마치 이 지상의 가장 외로운 동물 고슴도치가 동그랗게 몸을 말아 허공에 걸려 있는 듯이 보인다. 그리하여 달이 비추는 그 밝은 달빛조차도 거부의 빛인 양 온몸으로 지상을 찌르며 내뿜는 듯이 보인다. 온 천지가 마치 노란 외로움이 들끓고 있는 듯한, 그러한 풍광을 연출한다.

그렇다. 사람은 대상이 지닌 본래의 실상은 보지 못한다. 자신이 지닌 감정을, 혹은 생각을 그 대상에게 이입시켜서 그 사물을 본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밝은 빛을 비추고 있는 둥근 달이 감미롭게 보일 수 있고, 희망에 차 있는 사람은 그 달빛이 출렁이는 내일에의 꽉 찬 희망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의에 차서 외로움으로 견디기 어려운 사람, 그래서 온통 세상의 일에 적의를 품고 있는 그 사람에게는 둥근 달이 마치 고슴도치 한 마리, 둥그렇게 몸을 말아 허공에 걸려 있는 듯이, 그리하여 그 달빛이 자신을 아프게 찌르는 고슴도치의 바늘과 같이 생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로움과 함께 온통 세상을 적의로 가득 차게 바라보는 그 사람에게는.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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