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 국가프로젝트인 한국형 뉴딜에 ‘그린 뉴딜’도 포함됐다. ‘한국형 뉴딜=디지털 뉴딜+그린 뉴딜’로 최종 정리된 셈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그린 뉴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3차 추가경정예산에도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왕에 추진해야 할 일자리 창출사업에 기후위기에 대응할 환경문제까지 함께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당초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국가적 과제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등에 방점을 둔 ‘한국형 뉴딜’을 주창하면서도 그린 뉴딜을 포함시키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이후 문 대통령의 지시로 그린 뉴딜은 국책 프로젝트로 탄력을 얻게 됐으나, 청와대와 정부가 구상하는 그린 뉴딜의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계획이나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고 있다. 일각에선 그린 뉴딜이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과 무슨 차이점이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는 탄소배출의 대폭 감축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한 전 세계의 공동목표다.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인 IPCC가 채택한 특별보고서에도 2050년까지 탄소의 순배출을 0으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을 제시하고 있다. 10년 안에 지금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려면 사회시스템 전반의 대대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그린 뉴딜의 목표는 여기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탄소배출 감축의 목표치와 그를 위한 실효적이고 전면적 과제가 없는 그린 뉴딜은 시대가 요청하는 그린 뉴딜이 아닐뿐 아니라 정부가 탄소경제에 기반한 성장 동력을 포기하지 못하고 기후 위기 대응 의지가 미약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에 다름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춘 경제 구조와 산업 체제의 총체적 개편안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그린 뉴딜을 ‘한국형 뉴딜’ 사업에 포함하는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애초 그린 뉴딜을 ‘한국형 뉴딜’ 사업에 포함해 추진하느냐 여부에 대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석한 토론에서 정책실장은 한국형 뉴딜에 그린 뉴딜까지 포함하면 사업이 복잡해질 것이고 재원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대통령의 결심으로 그린 뉴딜이 한국판 뉴딜의 주요사업이 되긴 했지만 선정과정을 볼 때, 청와대와 우리 정부 각료들의 ‘기후 위기와 그린 뉴딜’에 대한 인식 수준 정도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의 경제사회 분야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지휘하는 사령탑 격인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형 뉴딜에 그린 뉴딜을 포함하는 것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또한 사업의 방점 역시 ‘일자리 창출’에만 찍혀 그린 뉴딜의 내용이 단순히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리모델링 사업’ 같은 지엽적인 도시재생사업 등에 머물며 단순하고 단기적인 일자리 확충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과감하고 획기적인 에너지 전환 계획이나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플랜을 통해 장기적이고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행히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국형 뉴딜 계획에 그린 뉴딜이 포함됐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로서의 그린 뉴딜은 글로벌 표준으로 대세가 된 지 이미 오래이고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반드시 성공해야할 국정과제임을 정부 당국자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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