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출처: 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압박에 우리 정부가 탈북단체 2곳의 대표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문제 삼지 않던 대북전단 살포를 김 제1부부장의 담화 직후 심각한 문제로 거론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식으로 탈북단체 대표들을 고발하고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절차에 착수키로 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가 경색돼 가는 상황에서 북한을 빠르게 달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나, 북한이 불만을 토로하자 우리 정부가 즉시 해결책을 내놓는듯한 모양새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통일부가 거론한 ‘교류협력법’이 실제 전단 살포 행위에 적용될 수 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교류협력법은 물자의 대북 반출을 위해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정부는 앞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이 법을 적용한 사례가 없다.

통일부는 갑작스러운 입장 변경의 이유로 ‘사정 변경’을 내세웠다. 이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점, 경우에 따라 대북 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2016년), 대북 살포 물품이 다양해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염의 우려와 접경지역 주민의 안보 위협이 커졌다는 점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교류협력법에서 ‘반출’이라는 행위에 대해 ‘매매, 교환, 임대차, 사용대차, 증여, 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 등의 이동’이라고 적시돼 있음을 고려하면 대북전단 살포가 반출이라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가 반드시 우리의 유권해석을 따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다만 이것이 정부의 의견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정부는 전단 살포를 근본적으로 막을 입법 추진에도 나섰는데, 이는 현재 교류협력법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 조치가 실제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지도 불확실하다. 북한이 최근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는 ‘대북전단 살포’뿐만이 아닌 전단 살포가 포함된 남북 합의 불이행에 대한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에만 불만을 품고 연일 남측을 압박하며 통신선까지 차단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워싱턴 민간단체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마크 패츠패트릭 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방송(VOA)에 북한에 이익이 되는 남북 경협에 한국이 참여한다면 통신채널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린 시도”라고 분석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북한이 남북 통신선을 차단한 주된 이유로 남북-북미 정상회담 후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제재 완화와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해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대표는 또 이번 조치가 한국에 대한 실망감과도 연관이 있다며, 북한은 한국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 등 남북 협력사업에 속도를 내지 않는 데 불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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