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in] ‘기본소득’으로 이슈 선점한 김종인… ‘탈보수’ 행보에 일부 반발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11일이 지난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며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가 있지만, ‘탈보수’ 행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총선 직후 통합당의 구원 투수로 등판한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과 달리 공천권이라는 물리력이 없었기 때문에 여론의 지지를 통해 명분을 잡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초선의원들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반면 당 중진과 범야권 잠룡들은 김 위원장의 ‘탈보수’ 행보에 대한 회의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통합당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는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개혁 방안부터 기초·광역의회 공천권 일부를 당내 청년 조직에 주는 방안, 정강‧정책 수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난 4.15 총선에서 보수진영이 참패하는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쇄신의 필요성을 느낀 만큼 초선과 청년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합당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초선 의원들은 공부 모임을 구성하면서 정책 대결로 나아가 이슈를 선점하자는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과정에서 당내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비대위 출범 직후 김 위원장은 그동안 보수진영에서 꺼내지 않았던 기본소득제와 전일보육제 등 경제와 복지 이슈를 내세우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도입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발언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기본소득을 놓고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여당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더 좋은 미래연구소’는 기본소득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이는 등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탈보수’ 행보에 3선 이상의 중진들과 여권 잠룡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일단 지켜보자’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김 위원장이 꺼내든 이슈들이 점점 정치권 전반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공개적인 반발로 바뀌고 있다.

가장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낸 중진은 3선의 장제원 의원이다. 그는 SNS를 통해 연일 비대위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김 위원장을 겨냥해 “진보의 아류가 돼서는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3선 이상 중진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3선의 하태경 의원은 원 지사의 발언을 두고 “김종인 호가 출범한 지 채 열흘이 지나지 않았지만, 기본소득 논의와 전일보육제 등 통합당이 제시한 화두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김종인 비대위의 파격적인 행보와 이슈 선점 등으로 통합당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지지율 상승을 바탕으로 당 안팎의 반발을 무릅쓰고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당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상승 폭이 줄어든다면 비대위의 쇄신 작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탈보수’ 움직임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고 당 장악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초선 의원들과 비대위원, 일반 당원을 대상으로 당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중진들과의 회동도 주선하면서 당 내부 의견 통합 행보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