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재협상 요청 채권단 일단 수용

산은 “구체적 요구 제시해야”

인수 조건 놓고 기싸움 예상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협상하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요청에 KDB산업은행이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라고 밝히면서 양측의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실상 양측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매각 주제인 금호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0일 자료를 내고 HDC현산에 재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부터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HDC현산은 전날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다시 협의하자고 채권단에 요구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처음 인수의사를 밝혔을 때보다 악화되자 몸값 낮추기란 분석이 제기됐다.

산은은 일단 HDC현산에서 지난 9일 낸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문에 대해 “산업은행은 현산 측이 그동안 인수여부에 관한 시장의 다양한 억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HDC현산 측이 인수 확정을 위해 제시한 조건 중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산은은 “HDC현산 측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고 향후 공문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HDC현산은 자료에서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상승 등 인수 체결(작년 12월 말) 당시와 현저히 달라진 현재 상황을 거론하며 아시아나항공의 사전 동의 없는 추가자금 차입 승인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채권단이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1조 7천억원을 추가 지원한 터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채권단을 향해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차입금 상환 만기 연장, 금호그룹 측에 줘야 할 구주 가격 인하, 영구채 5000억원 전환 조건 완화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이나 합의점을 찾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결국 HDC현산이 2조 5천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깎아야 한다고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채권단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HDC현산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2조 5천억원을 써냈다. 당시 함께 입찰에 참여했던 제주항공과 스톤브릿지 컨소시엄보다 1조원 정도 많은 금액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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