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국제중학교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 2020.6.10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국제중학교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 2020.6.10

서울교육청, 내년 지정 취소

서교협 “순리에 따른 결정”

반대 측 “학교 선택권 무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내 사립 국제중학교인 대원국제중학교와 영훈국제중학교를 내년까지 일반중학교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에 대한 환영과 반대의 입장이 서로 극명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환영하는 측은 “특권학교·귀족학교는 존재해선 안 되며, (국제중은) 일반학교로 전환돼 공교육의 정상화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아이들이 똑같은 수업을 듣는 교육이 과연 평등한 교육이냐”고 반문하며 국제중을 없애는 것은 아이들의 선택권이 무시 당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10일 오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지정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특성화중학교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서 국제중은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국제중은 지정 목적과 달리 일반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로 인식돼 이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대원·영훈국제중을 비롯해 서울체육중학교 등 3개 특성화중학교를 대상으로 지정·운영성과 평가 심의를 진행한 후 대원·영훈국제중은 지정 탈락, 서울체육중은 재지정을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원·영훈국제중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동의하면 이들 학교는 내년부터 일반중으로 전환되며, 재학 중인 학생들의 경우 졸업 때까지 특성화중학교 학생 신분이 유지된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린 가운데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DB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린 가운데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DB

이와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 등 30여개 교육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서교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서울지역 2개 국제중(대원·영훈중)의 재지정 취소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폐지처럼 순리에 따른 결정”이라며 “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시대적 흐름이다. 모든 국민은 헌법에 따라 균등하게,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간 1000만원이 넘는 수업료, 입학 관련 부정 및 특혜의혹 등으로 특권학교·귀족학교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면서 “교육부에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 교육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국의 국제중을 모두 일반중으로 일괄 전환하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제중학교를 나왔다는 한 청원인은 ‘국제중 폐지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을 글을 올려 “앞으로 아이들이 그 좋은 학교를 선택하지도 못한다는 생각에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그는 “모두 다른 재능과 성격을 가진 수많은 아이들이 그저 똑같은 수업을 듣는 교육이 과연 평등한 교육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각자 다른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아이들은 그에 맞게 학교를 ‘선택’할 권리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중학교가 취지에 맞지 않은 운영으로 인해 폐지된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국제중학교라는 이름에 맞게 다른 어느 중학교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외국어교육, 회화교육, 국제이해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친구들이 다양한 지식을 접하는 데 있어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영훈국제중학교 일반중학교 전환을 강력히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또 다른 한 청원인은 “코로나 속에서 힘들지만 대한민국 교육의 발전을 위해 항상 힘쓰고 타지에서 온 원어민 선생님들도 그렇게 열심히 지도해주시는 데 교육격차가 벌어지고 글로벌 인재 육성이 안 된다는 건 (국제중이 아니라) 대한민국 고유의 교육 문제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영훈국제중학교 (사진출처: 연합뉴스)
영훈국제중학교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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