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대북전단 조치 안 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 경고 (PG)[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김여정 대북전단 조치 안 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 경고 (PG)[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권한 분배라면 특이한 상황인 듯

전문가 “김여정 대남 역할론 방점”

두 경우 모두 北운신의 폭 넓어져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9일 관영매체를 통해 대남 적대관계 전환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이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명의로 지시가 내려진 것과 관련해 ‘매우 이례적인 권한 위임’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남북관계를 평화적인 관계에서 적대적인 관계로 돌린다’라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정은 국무위원장 한 명뿐이라는 데 따른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전날(8일)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먼저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김 제1부부장과 김 부위원장이 현재 대남 업무를 총괄하고 지휘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인 문건에서 밝힌 셈인데 김 위원장이 이 두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제1부부장의 대남업무 총괄은 이미 지난 5일 통일전선부(통전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대변인은 김 제1부부장을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라며 “전날 대남사업 부문에서 담화문에 지적한 내용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을 착수하는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은 이날 오전 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 채널에서 모두 남측의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그 다음날엔 통전부 담화를 통해 ‘갈 데까지 가보자’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 중’이라고 압박하더니 이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대남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내 김 제1부부장의 위상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다만 유일지도체제라는, 북한 사회의 특수성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특이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와 관심이 쏠렸다. 모든 중요한 결정은 수령만이 하도록 돼 있는데 권한을 분배하고 있다는 차원이라면 ‘북한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하지만 문선묵 통일전략안보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제1부부장을 앞세워 남측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단은 권한의 위임보다는 역할 분담의 의미가 더 커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앞서 김 위원장이 먼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자’고 말했고,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관련 친서를 보내 ‘남북 간 신뢰관계에는 변함이 없다’고 얘기까지 했는데 파토 놓기가 쉽겠느냐”며 “김 위원장 본인이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투트랙’으로 역할 분담을 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출처: 뉴시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출처: 뉴시스)

권한 위임이든, 역할 분담이든 어찌됐든 이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나름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가능성은 높다. 김 위원장이 직접 대남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그것을 뒤집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반면 김 제1부부장을 앞세워 실무적인 부분을 담당케 하고 추후 김 위원장이 중요한 사안을 결정한다면 상황은 유연해진다는 논리다.

문 센터장은 “수령체제, 즉 1인 독재체제에서 대남 권한을 모두 김 제1부부장에게 위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복하면서 “남북 간 적당한 시점이나 적절한 구실이 되면 김 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대외적으로는 김 제1부부장의 지시처럼 보일지라도 김 위원장의 재가를 통해 이미 결정이 된 내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걸고 넘어진 것 자체가 일종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 때문이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보복 조치의 첫 단계로 남북 연락채널을 차단했는데, 북한은 과거에도 연락채널을 통해 남측을 향한 태도 변화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잦았다”면서 “더 나아가 연락사무소를 폐쇄해도 양측 간 정치적 결정만 있으면 언제든지 운영을 재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만일 한미합동군사훈련이나 연습처럼 우리 정부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문제 삼았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출처: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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