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코로나19가 시작되고 3월 2일 개학이 무려 다섯 차례나 연기되며 학교는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일 듯하다 이태원을 시작으로 다시 살아나며 1~2주씩 개학을 연기하며 등교를 준비했던 교육 당국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학생이 3개월 가까이 등교하지 못하는 재난에 가까운 상황에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교육부나 교육청이 우왕좌왕하니 학교와 교사, 학부모들은 덩달아 죽을 맛이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현실성 없는 대책만 발표해대니 학교의 불만이 극에 달한다. 대책의 이행 여부는 오로지 학교와 학부모의 재량이라고 하지만 결국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그 대책마저 수시로 변경되는 탓에 학사일정, 수행평가 비율, 시험 일정 변경만 벌써 5번째라고 한다. 등교 수업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연기된 등교로 인해 다시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하고, 강의 녹화를 하고, 온라인 수업에 등장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마치 콜센터 상담원 같은 교사들도 지쳐 간다.

학교 방역의 모든 책임을 홀로 져야 하는 학교별 감염병 책임자인 보건교사는 그야말로 과로사하기 직전이다. 코로나19로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공문은 산더미 같이 쌓이고, 방역물품의 사양을 정해주지 않고 예산만 내려보내 학교별로 구매하도록 하는 바람에 물품 찾고, 기안하고, 구매하고, 분배하고, 사용법 알려주느라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 방역물품은 최소한 학교별 기준을 제시하던지 일괄 구매해 분배해야 학교별로 방역의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는다. 의심 증상이 있는 학생에 대한 처리 문의가 온종일 빗발치지만 혼자서 다 감당해야 한다. 그나마 최근에 방역 지원 인력 3명을 학교별로 지원해 조금 나아졌다.

학생들은 등교하기 전 자가진단사이트에 접속해 스스로 자가진단을 하고 교문에서 이를 캡처해 보여준 후 등교하는 대책을 시행 중이다. 대책만 발표하면 학생들 스스로 자가진단을 하고 등교할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한다. 담임교사가 독촉해야 겨우 95% 정도 한다. 정문에서 자가진단 캡처한 결과를 검사하느라 학생이 길게 늘어서 거리 두기가 오히려 무색하다. 이마저도 하지 않은 학생은 별도로 설문지를 만들어 오프라인으로 검사를 진행한 후 들여보내다 보니 학교 정문은 아침마다 아수라장이다.

학교에 오기 싫은 학생들이 자가진단 항목에 일부러 의심증세가 있다고 체크하고 등교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이런 학생을 선별진료소로 무조건 보내라고 하지만 선별진료소도 나름대로 업무가 과중해 무조건 검사해주지 않는다. 교육당국, 방역당국, 학교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 지금 학교의 방역은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그저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학교별 거리 두기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이 그저 학교장 재량이라고만 명시하니 학교별로 보여주기 경쟁하느라 힘들다. 복도에 거리 두기 테이프를 부착하는 것도 한 학교가 하면 눈치 보며 따라 하는 식이다.

수업시간에는 마스크 착용, 환기 등 어느 정도 거리 두기가 가능하지만 쉬는 시간에 아이들끼리 팔짱 끼고, 마스크 벗고 대화하고, 장난치고 교사들은 아예 지도를 포기했다. 특히 점심을 먹고 난 후 화장실에 양치질하러 몰리는데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급식실에 식사용 칸막이를 설치했는데 칸막이가 오히려 감염위험이 클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칸막이에서 한 학생이 식사하고 난 후 이 칸막이를 닦거나 소독해야 안전하지만 그럴 인력이 없어 다른 학생이 그냥 이용한다. 먼저 이용한 학생의 비말이 칸막이에 남아 있어 만약 확진자라면 100% 감염이 된다.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의 등교에 쏠리고 있다. 이왕 시작된 등교를 정착시키려면 학교 내에서 학생들 스스로 거리 두기를 하고,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물병, 수저 등 개인물품을 휴대하고, 매 시간 손을 씻도록 해야 한다. 학교는 방역지원 인력을 활용해 복도, 계단, 책상 등을 수시로 소독하고, 창문을 열고 수업을 해야 한다. 열화상 카메라나 체온계를 이용해 수시로 발열체크를 해 의심증상을 보이는 학생을 조기에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서 등교 전 자가진단을 철저히 하고 의심증상이 보이면 등교를 하지 않아야 다른 학생들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긴 시간 코로나19와 동거하며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 철저한 개인위생 준수만이 안전한 등교 개학을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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