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감독의 작품엔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 것 같은 좋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에 신 감독은 “나도 저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런 목표를 위해 매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제공 CJ ENM) ⓒ천지일보 2020.6.9
신원호 감독의 작품엔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 것 같은 좋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에 신 감독은 “나도 저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런 목표를 위해 매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제공 CJ ENM) ⓒ천지일보 2020.6.9

 

힘든 시기 위로와 힐링 선물한 ‘슬의생’

시즌 2…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와

주 1회‧시즌제 모험에도 흥행 몰이 성공

‘따뜻한 온기’ 전해진 것만으로도 감사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많은 이들에게 따뜻함과 재미를 동시에 안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시즌1이 끝났다. 주 1회 방영이라는 새로운 모험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14.1%라는 기록을 남기며 내년에 찾아올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든, 그야말로 내용과 흥행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슬기로운’ 드라마였다.

‘슬의생’이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소위 말하는 ‘막장’이 없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메디컬 드라마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다. 스펙터클하고 웅장한 이야기는 없지만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더욱 기다려지는 드라마가 아니었나한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로병사가 모여 수만 가지 이야기가 녹아 있는 곳이자 탄생의 기쁨과 영원한 헤어짐의 전혀 다른 인사들이 공존하는 곳. 때론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 위로를 얻기도 하는 아이러니 한 곳. ‘슬의생’은 흡사 우리의 인생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병원’이라는 곳에서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충실한 5명의 의사 일명 ‘99즈’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흔한 권력과 암투도 없고, 얽히고설킨 복잡한 이야기도 없다. 정작 자기 자신의 행복을 들여다볼 시간은 없으나,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제 막 40살에 접어든 의사 5인방의 이야기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작금의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시기, 사람들에게 ‘쉼’을 선물한 ‘슬의생’ 신원호 감독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감독이 서면 인터뷰를 통해 못다한 이야기를 전했다. (제공 CJ ENM) ⓒ천지일보 2020.6.9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감독이 서면 인터뷰를 통해 못다한 이야기를 전했다. (제공 CJ ENM) ⓒ천지일보 2020.6.9

“작품을 하면서 늘 목표했던 것은 ‘공감’이었다. ‘슬의생’에 대한 온·오프라인 반응들은 모두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따뜻했다. 시청한 후 ‘좋았다’ ‘힐링이 됐다’ ‘보는 내내 너무 따뜻했다’와 같은 후한 댓글들이 많았고, 오프라인에서도 정말 생전 드라마를 안 볼 것 같던 분들에게 오는 감동의 반응들도 많았다. 그런 반응들이 PD라는 직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가 공유됐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것은 모두 전해진 느낌이다.”

신원호 감독은 ‘슬의생’의 종영소감과 함께 그 안에 담고자했던 메시지에 대해 무엇보다 ‘공감’을 들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그다.

신 감독은 메디컬 드라마와 접목하기 쉽지 않은 ‘밴드’ 설정에 대해서는 “절친 다섯 명이 그저 같은 과를 나온 사이가 아닌 그 이상의 이들을 묶어주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공식 동아리까진 아니지만 같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밴드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밴드나 음악, 뮤지션이라는 소재가 그간 극에서 소비돼 온 방식이 폼 잡아 오그라드는 느낌이 많았던지라 사전에 드러나면 괜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면서 “어차피 밴드를 할 거면 또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싶었다. 핸드씽크로 가짜 연주가 되면 더욱 오그라들 수 있으니 진짜로 배우들이 연주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한 회당 한 곡씩은 반드시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도록 하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을 위해 악기를 연주하기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은 배우들의 공도 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는 시즌제로 기획됐다. 주 1회 방영이라는 다소 모험적인 선택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으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 2는 내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온다.  (제공 CJ ENM) ⓒ천지일보 2020.6.9
'슬기로운 의사생활'는 시즌제로 기획됐다. 주 1회 방영이라는 다소 모험적인 선택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으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 2는 내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온다. (제공 CJ ENM) ⓒ천지일보 2020.6.9

‘슬의생’은 주 1회 방송과 시즌제라는 다소 모험적인 시도를 했다. 아직은 한국 드라마의 정서상 익숙치 않은 모험이었지만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주 1회 편성은 주 2회에 비해 파괴력이나 다음 회를 보게 하는 힘의 차이는 확연히 있지만, 이는 예상했던 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만 있으면 주 1회도 보신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즌제가 갖는 강점은 못다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라며 “그 다음 시즌에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된 시즌제를 처음 경험해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등이 새로웠다. 시즌 2는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니 방송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출연진은 대체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것도 귀띔해줬다.

이미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따뜻하고 소소한 이야기들로 큰 감동을 이끌어낸 신원호 감독. 공감 능력 제대로 발휘하며 위로를 건네는 그에게 힐링 메이커라는 이름 하나를 붙여주고 싶은 것은 욕심일까. 신 감독이 작품에 녹여내는 이야기, 그의 가치관과 철학을 들어보면 그를 힐링 메이커로 부르는 것이 욕심만은 아닐 듯하다.

 

신원호 감독은 작품을 하면서 늘 목표했던 것 중 하나로 '공감'을 들었다.  (제공 CJ ENM) ⓒ천지일보 2020.6.9
신원호 감독은 작품을 하면서 늘 목표했던 것 중 하나로 '공감'을 들었다. (제공 CJ ENM) ⓒ천지일보 2020.6.9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어쩌면 저의 판타지인 것 같다. 그간 ‘교도소에 저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 ‘병원에 저렇게 좋은 의사가 어디 있어?’ 하는 댓글도 많이 봤다. 하지만 그게 판타지일지언정 그것을 보면서 마음이 좋고, 나도 저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런 목표를 위해 매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선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악하고 과격한 이야기에 비해 그 전파력이 약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선하고 좋은 이야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분명 신원호 감독이 만들어내는 ‘좋은 이야기’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실 테니까 말이다. 벌써부터 ‘슬의생’ 시즌 2가 기다려지는 것도 그가 만들어낼 선한 이야기에 빠져들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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