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성경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03건 설교 표절한 목사… 제스처까지 똑같이

예장합동 중경기노회, 강도권 6개월 중지

“부실한 신학교육 때문”… 비윤리성도 문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목사는 하나님의 종이라 불려진다. 예배시간, 강단에 목사가 오르면 성도의 눈과 마음과 귀는 오로지 목사의 입에서 나오는 설교 말씀에 집중된다. 강단에서 흘러나오는 메시지를 듣고 성도들은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영적 양식이라 여긴다. 이처럼 훌륭한 목사님을 교회에 보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솟구친다. 그런데 만약 목사님의 설교가 표절한 것이라면 어떨까.

노컷뉴스 등 교계 매체 등에 따르면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중경기노회에 속한 한 목사가 상습적으로 타 목사의 설교를 표절해 징계를 받았다. 노회 재판국은 A목사가 103여편의 설교를 표절, 복제했다며 설교를 할 수 있는 권한인 강도권을 6개월간 정지하고 ‘설교 클리닉(?)’을 받고 수료증을 제출하라는 징계를 내렸다.

A목사의 설교 표절 문제는 지난해 9월 수면 위로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이 교회 성도들은 지난해 9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A목사가 설교를 복제해 교인들을 속여왔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교인들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10~20건도 아니고 엄청나게 많이 표절해왔고 일부만 인용한 게 아니라 80~90%를 인용했다”고 분노했다. 특히 A목사가 설교뿐 아니라 타 목사의 설교 모습과, 제스처까지 똑같이 따라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실 인터넷에 떠도는 설교문을 자기 것인 양 설교한다거나, 부목사를 시켜 작성한 설교문으로 설교하는 등과 같은 목사들의 ‘설교 표절’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로 꼽혀져왔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목회자 363명을 대상으로 한 ‘설교 준비, 설교문 작성 실태 및 의식조사’에서 타 목회자의 설교를 그대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목회자는 43%에 달했다.

목사가 설교를 표절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2014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과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진행한 열린대화마당에서는 목회자들이 설교 표절을 하는 이유로 ▲설교 횟수가 너무 많다 ▲말씀묵상과 기도생활에 게으르다 ▲목회자의 성품이 정직하지 못하다 ▲기본자격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 등의 원인이 나왔다.

특히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과 자격을 갖지 못한 목회자가 많다며 이는 신학교에서 별다른 검증 없이 자격증을 남발하거나 신학교육이 부실한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당시 정주채 목사는 “신학교 난립과 신학교육의 부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 줄 알지만 이를 조정하고 통제할 어떤 사람도 기관도 없다”고 한탄했다. 정 목사는 “설교자로서의 소양도 자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목사가 돼 과중한 설교사역을 하게 되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절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표절 등 문제는 목회자 윤리 문제로 귀결된다. 교계 내부에선 일찍이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성범죄, 교회 재정 횡령, 설교 표절, 세습 등의 문제를 다룬 ‘목회자 윤리 지침’ 제정에 팔을 걷고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 예장통합의 경우 목회자 윤리 강령을 제정했지만, 예장합동의 경우 ‘성경에 다 있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목사 윤리 강령 제정에 지난해를 포함해 8년 연속으로 실패했다.

그런가 하면 예장 고신은 설교 표절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규정, 설교 표절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예장 고신 신학위원회는 2017년 제67회 총회에서 “설교 표절이란 설교자가 다른 설교자의 설교를 자기가 작성한 것처럼 반복적으로 위선적이면서 의도적으로 도용하여 편집 또는 인용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표절 대책으로는 ▲노회는 설교 표절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교자를 지도 감독할 것 ▲노회는 표절 행위자를 1차 견책하고, 계속해서 표절할 경우 엄중 시벌해야 한다 등을 내놨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