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정부가 2020년 5월 28일 ‘남북 교류협력법 개정안(1988년 제정)’에 대한 인터넷 공청회를 마치고 입법 추진을 기다리고 있다. 그 구체적 내용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교류협력법)’ 제18조 3항의 ‘경제협력사업’의 신설은 ‘남한과 북한의 주민이 경제적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상대방 지역에서 이윤 추구를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한국 기업이 북한에 가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고, 북한 기업이 한국에 와서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청와대의 이념과 코드의 성향으로 이해하면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지만 남한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지만, 북한은 김정은 유일체제 밑에 통제경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폭력과 테러를 쓰는 집단과 같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를 공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남북 공동사업은 개성공단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 2016년 1·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가동이 중단됐다. 지금까지 경험했듯이 개성공단 가동은 김정은의 자금줄에 불과했다. 그만큼 남과 북은 체제 개념 자체가 다르고, 부의 정도, 삶의 양식, 문화 양식 등이 전혀 다르다. 분단 75년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소리가 된다.

청와대가 퍼주기 정신으로 하면 문제가 없다. 이는 북한식 톱 다운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북한은 사적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은 열악하고, 사적 영역의 ‘장마당’을 제외하면 국가 통제 경제가 자리를 하고 있다. 잘못하면 처음부터 퍼주기로 시작해서 퍼주기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들의 두더지 작전은 언제든 남한 체제를 전복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유엔 안보리 2375호는 “유엔 회원국들이 자국 내에서 북한 기업체나 개인이 새로운 합작사나 협력체를 개설, 유지 운영하는 것을 금지한다”라고 한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월 1일 남북 교류협력법안에 벌써 경고장을 날렸다. 동아일보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은 “미국 국무부는 한국에서 북한 기업이 영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유엔 대북제재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미 협상 교착 속에 비핵화 진전이 없는 데도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의 틀을 마련하는 입법에 나선 것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했다.

최근 미중갈등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북한의 95%의 경제력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온다. 북한의 주체사상, 자력갱생 등은 전부 선전, 선동술에 불과하다. 그렇더라도 청와대의 북한 사랑은 괄목하다. 최근 청와대는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일어난 천안함 폭침으로 취해진 5.4 조치를 해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 때 취해진 조치는 ▲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대북 반출·반입 금지▲북한 선박의 우리 영해 향해 불허▲우리국민의 방북금지▲대북 신규 투자 금지 등이 주요 골자이다. 이 조치들을 청와대가 해제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더욱이 남북교류협력법개정안은 ▲상대방 지역이나 제3국에서 공동 투자 및 결과에 따른 이윤 분배▲증권 및 채권 ▲토지, 건물 ▲산업재산권 등 지식재산권 ▲광업권, 어업권, 전기·열 수자원 등 에너지 개발·사용권이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공연, 방송, 음반 등 문화사업 시장을 북한에 개방한다. 이 법 18조 4항은 방송인이나 예술인이 한국에 와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남한 전 사회를 북한 집단에 개방한다. 종북 성향의 문화예술 및 방송인 교류는 ‘우리민족끼리’를 더욱 강화할 조짐이다. 핵과 미사일로 지금도 위협하는 북한에 거룩한 시혜를 베풀어 주는 것이다.

물론 배급제를 시행해본 정부의 자신감도 베어난다. 마스크 배급, 전 국민 4인 가족 1백만원 지급으로 14조원을 뿌리니, 99% 국민이 혜택을 받고자 했다. 즉 우한(武漢) 코로나바이러스19로 정부는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다. 올 1월 20일 이후 지상파 방송은 대구와 신천지로 낙인을 찍어가면서, 중국입국자를 늘렸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의사협회는 감염자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으나, 정부는 문을 열었다. 지상파 방송은 선전, 선동, 세뇌 수단으로 중국 입국자가 문제없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급기야는 긴급 재난지원금을 풀어가면서, 배급제의 장점을 강조했다.

줄기차게 주장한 소득주도성장, 포용적 성장이 눈앞에 전개된다. 청와대는 사회, 공산주의 배급제 문화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연금으로 대부분 기업을 공기업으로 만들어 놓았다. 청와대는 헌법 제126조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라는 조항을 어기고 있다.

퍼주기는 재정 건전성에 비상이 걸린다. 추경이 벌써 60조원으로 나랏빚이 반년새 100조 늘었다. 그 돈에 비하면 긴금재난지원금 14조는 어린애 껌 값 수준이다. 동아일보 김광현 논설위원은 “추경이 더 없다면 올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5%가 된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36.0%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빠른 증가 속도다. 엊그제 열린 한국경제학회에서는 이 추세대로 가면 2028년에는 80%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라고 했다.

국가부채 비율이 45% 넘어가면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다. 국가 부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데, 청와대는 중국·북한·국민 퍼주기 생각만 한다. 이 상태에서 남북교류협력법안 개정은 나라를 북한에 바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노태우 정권 때는 단단한 제조업이 살아 있었으나, 지금은 껍데기 밖에 남은 것이 없는데 재정 지출만 계속 늘린다. 더욱이 현재 가계, 기업, 정부는 빚밖에 없는 거지 나라이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북교류협력법이 통과되면 좌경화된 방송 문화예술인이 무슨 짓을 할지 뻔하게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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