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대북 삐라는 종이장인가? 급소인가?
[통일논단] 대북 삐라는 종이장인가? 급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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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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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삐라 몇 만장에 북한의 2인자가 발 벗고 나섰다. 김정은이 북한에서 ‘최고 존엄’이라면 김여정은 ‘존엄 중 존엄’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리 호들갑인가. 로동당을 움직이는 그가 삐라문제를 들고 나와 주절거리는 모습은 한 편 처량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는 5월 4일 담화에서 삐라를 날리는 당사자는 물론 전체 3만 5000명 탈북민을 ‘바보’ ‘똥개’로 비난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이대로 그냥 간다면 그 대가를 남측이 혹독하게 치르는 수밖에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 3월 청와대를 ‘겁먹은 개’로 비유했던 담화에서처럼 특유의 비난과 조롱을 뒤섞어 놓았다. 하지만 그 비난과 조롱 사이에 북한의 초조함과 급소가 고스란히 노출됐고, 상대방인 우리 남한 사회에 대해 몰이해가 드러나 북한 최고지도부의 앞날이 걱정될 뿐이다.

북한이 이렇게 나온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첫째로, ‘최고 존엄’과 ‘핵문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급소 중의 급소임을 다시 한번 고백했다. 김정은 일인 독재와 핵 개발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임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을 발끈하게 하려면 이 문제를 자극하면 된다는 걸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광고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가뜩이나 난항인 비핵화 협상에 먹구름 한 덩어리를 자발적으로 끌어들였다.

둘째로, 이번 담화에서 우리 한국 사회 작동원리에 대한 몰이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민간단체 대북전단살포가 ‘개인의 자유’요, ‘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하에 방치된다면 남측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며, “군사분계선일대에서 삐라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걸고 들었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하루 뒤인 5일 다시 대남정책 총사령부인 통전부가 김여정을 거들고 나섰다.

북한은 5일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통일전선부(통전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면서 남북관계 단절도 불사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그 첫 조치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를 언급했다. 대변인은 또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대남업무를 총괄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김 제1부부장이 전단 관련 대응 조치의 검토를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직시하면서 대결의 악순환 속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이라면서 “어차피 날려 보낼 것, 깨버릴 것은 빨리 없애버리는 것이 나으리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일갈했다. 대변인은 전날 새벽 별도의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이날 담화문의 실무적인 집행을 위한 검토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첫 조치로 연락사무소 폐쇄를 언급했다. 대변인은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면서 “연속해 이미 시사한 여러 가지 조치들도 따라 세우자고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폐지와 함께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한 바 있다. 계속해 대변인은 “남쪽에서 ‘대북전단 제재’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면서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 중이며 이제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표현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9.19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남북 간 긴장감을 고조하는 조치에 나설 수 있으며 특히 접경 지역에서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저들은 온 민족을 재앙에 빠뜨릴 핵무기를 만들어 놓고서도 일언반구 반성이 없으면서 겨우 삐라 몇 만장에 온갖 부산을 떨고 있는 저들의 작태를 누가 깨우쳐 준단 말인가. 정 그러면 판문점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만나 회담을 벌리는지, 이건 꽉 막힌 남북관계를 다시 첨예한 대결로 전환시키겠다는 발상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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