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쉼터 소장 숨진채 발견
경찰 ‘타살혐의점 적다’ 판단
소장, 15년 넘게 피해자지원
정의연 “억측 멈춰달라”강조
검찰 “고인 조사한 적 없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마포 소재 쉼터를 관리해온 소장이 갑작스럽게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고인은 15년 이상 피해자들과 함께하며 위안부 운동에 동참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무리한 검찰 수사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으나, 검찰은 고인과 관련한 수사는 없었다고 해명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마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A(60)씨는 전날 오후 10시 35분께 자신의 주거지인 경기 파주 소재 한 아파트 화장실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해 이를 확인했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외부인이 출입한 흔적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적다고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주거지 주변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홀로 귀가하는 모습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 쉼터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서 운영을 시작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앞서 정대협은 지난 2003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단독주택을 빌려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인 ‘우리집’을 운영했다. 이후 지난 2012년부터는 명성교회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을 마련하게 됐다.
‘평화의 우리집’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거주하고 있다. 작년 1월 세상을 떠난 고(故) 김복동 할머니도 생전 이곳에 살았다.
A씨는 정대협 시절인 지난 2004년 5월부터 쉼터 ‘우리집’에서 피해자들과 동고동락하며 함께 생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피해자들을 수시로 만났고, 명절도 함께 보내는 등 가족처럼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연은 이날 부고 성명을 통해 “고인은 개인의 삶은 뒤로 한 채 할머니들의 건강과 안위를 우선시하며 늘 함께 지내왔다”며 “기쁜 날에는 할머니들과 함께 웃고, 슬픈 날에는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그렇게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벗으로, 딸처럼 16년을 살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은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다”며 “특히 검찰의 급작스런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생을 피해자들에게 헌신한 고인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관심과 억측을 멈춰달라”고 강조했다.
마포 쉼터는 정의연에 제기되는 ‘회계 부실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장소로 포함됐던 곳이다. 정대협의 이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이곳 주소를 거주지로 등록한 부분에 대한 위장전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A씨의 죽음과 관련해 일각에선 검찰의 과잉 수사가 원인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수사 대상인 ‘의혹 관련 자료’의 일부가 마포 쉼터에 있다는 이유로 진행된 강제수사였으나, 당시 정의연은 “반인권적 과잉수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면서 “갑작스러운 소식에 검찰도 그 경위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사망 소식과 관련해선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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