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6일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에서부터 청계천 한빛공원까지 침묵 거리행진을 가졌다. 추모행진에 동참한 외국인들이 ‘편히 잠드소서’라는 추모글이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6.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6일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에서부터 청계천 한빛공원까지 침묵 거리행진을 가졌다. 추모행진에 동참한 외국인들이 ‘편히 잠드소서’라는 추모글이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6.6

명동역 5번 출구서 출발해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걸어

무릎 꿇기 추모 퍼포먼스도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단순히 흑인 대 백인 논리가 아닌 피부색, 성별, 성정체성, 계급, 계층, 국경 종교를 넘어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원합니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과 관련한 분노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그를 추모하는 행진이 6일 오후 심지훈(34, 남, 서울 은평구)씨의 주최로 서울 중구 명동에서 열렸다.

이날 명동역 5번 출구 앞 밀리오레에서 집결한 시민들은 검은 옷을 입고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 ‘사람이 먼저다’ ‘편히 잠드소서’ 등 피켓을 들고 청계천 한빛공원까지 걷는 시위 행렬에 참여했다.

참여한 시민들은 미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에 문제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참여하게 됐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현재 구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참여하기 위해 나왔다는 이영훈(가명, 30, 남, 경기도 광명)씨는 “현재 플로이드 사건으로 문제가 대두되고 많은 무브먼트(움직임)가 일어나고 있다”며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가 해소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6일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에서부터 청계천 한빛공원까지 침묵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6일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에서부터 청계천 한빛공원까지 침묵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6

그는 “단순히 흑인 대 백인 논리가 중요한 요점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서로 다르다’는 것에 대해 ‘틀리다’라고 접근하고 있어서 생긴 일”이라며 “이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지 인종차별이 해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서연(22, 여, 서울 구로구)씨는 “단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며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이에 함께 연대하고, 추모하고자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뜻을 전했다.

박씨는 “사실 한국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조선족 등 코로나19로 인해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며 “이런 것들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생각을 하고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했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7년 전 국내로 들어왔다는 한국인 조명희(가명, 45, 여, 경기도 안산)씨는 “한국사회도 인종차별이 정말 심각하다. 국내에 있는 이주민이나, 국적·인종이 다른 사람들이 많은 억압을 받고 있다”며 “이런 연대의 목소리들이 한국사회에 퍼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6일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에서부터 청계천 한빛공원까지 침묵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추모행진에 동참한 시민들이 ‘편히 잠드소서’ 등의 추모글이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6.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6일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에서부터 청계천 한빛공원까지 침묵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추모행진에 동참한 시민들이 ‘편히 잠드소서’ 등의 추모글이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6.6

인종차별은 단순히 흑인에게만 적용되는 부분이 아니라고 강조한 이성령(30, 여, 서울 중구)씨는 “플루이드씨와 관련된 뉴스를 보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국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일어나는 인종차별은 물론 강자와 약자, 빈부격차를 나누는 행태가 너무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해줘야 한다”며 “이번 행진을 통해 한국시민들도 인종차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명동역 5번출구에서 시작해 한빛공원까지 행진을 이어온 시민들은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최종목적지인 한빛공원에 모인 시민들은 함께 인종차별 반대를 의미하는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퍼포먼스가 끝난 뒤 추모행진 제안자인 심씨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태어나 나쁘지 않은 환경에서 편하게 살아왔다”며 “이 나라에서 인종차별을 당해본 적이 없지만 누군가가 시작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바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행진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6일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에서부터 청계천 한빛공원까지 침묵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추모행진에 동참한 시민들이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등의 추모글이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6.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6일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에서부터 청계천 한빛공원까지 침묵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추모행진에 동참한 시민들이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등의 추모글이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6.6

그는 “‘단일 민족인 이 나라에 무슨 인종차별이 있기에 이런 행진을 하냐’고 누군가는 말한다. 하지만 저는 많은 것을 듣고 보고 겪었다”며 “이 나라에는 수많은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유학생들이 알게 모르게 대상화되고 조롱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하나는 약할지언정 같은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는 순간 큰 힘이 되고, 세상은 반드시 변할 것”이라며 “피부색 성별, 성정체성, 계급, 계층, 국경, 종교를 넘어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진압과정에서 비무장 상태인 흑인 남성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렀고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8분 46초가량 진압이 지속됐다. 결국 그는 현장에서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날 밤 목숨을 잃었다.

이 남성이 사망한 이후 미국 전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도 인종차별에 맞선 시민들의 시위와 BLM(Black Lives Matter,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등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부터 이역만리 한국에서도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미국 흑인 사망 항의 운동연대’와 ‘국가폭력에 대항하는 아시아 공동 행동’은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인종차별 항의 운동에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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