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을 주제로 한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출처: tvN)
난임을 주제로 한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출처: tvN)

주체적 여성을 그리는 드라마 늘어

경단녀·난임 등 다양한 소재 등장

3040 여성들의 공감과 지지 받아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최근 방송가에서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 늘어나고 과거 여성의 잘못으로 치부됐던 ‘난임’이나 결혼·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의 줄임말)’ 등이 드라마나 예능에서 중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의 삶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출처: tvN)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의 삶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출처: tvN)

◆ ‘엄마’ 보다는 ‘여성’

과거에는 기혼의 여성을 대부분 ‘엄마’라는 소재로 활용했다. 모성애에 집중했고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활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 아내보다는 하나의 주체적 ‘여성’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에 방영됐던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주인공 강단이(이나영)는 명문대 출신에 유명 광고회사에서 잘나가던 카피라이터였지만 결혼하면서 퇴사를 하고 아이를 키우는 ‘경단녀’다. 몇 년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집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경단녀인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없다. 결국 그녀는 대졸임을 숨긴 채 고졸 출신의 계약직으로 출판사에 출근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경단녀’를 주제로 한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특히 3화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러’에서는 누구의 ‘엄마’가 아닌 ‘강단이’로 불리는 것에 주인공은 다시 이름을 되찾는 듯한 감동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면서 3040대 여성들의 공감을 받았다.

드라마 외에도 MBN 예능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우다사)’에서는 연예계 돌싱녀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박영선·박은혜·김경란·박연수·호란 등을 내세워 돌싱녀의 삶을 보여준 우다사는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받으며 지금 시즌2 방영 중이다. 시즌1에 출연했던 배우 박은혜는 종영 소감으로 “두려움으로 시작해 안도감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일처럼 공감해주시고 위로와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 덕분”이라며 “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진정한 웃음을 웃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 숨기기 급급했던 ‘난임’, 이제는 드라마 소재로

지난달 13일부터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오마베)'는 육아지 기자로 일하고 있는 장하리(장나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9살의 장하리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갖고 싶어 병원에 찾는다. 하지만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으면서 자연 임신을 할 확률은 7%, 난소 나이가 많아 난자 동결 보관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최근 과거와 달리 결혼의 시기가 늦어지면서 난임 부부가 늘고 있다. 거기다 예전에는 난임의 원인을 여성에게 전가했지만 남성에게도 원인이 있다고 밝혀지면서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 이는 방송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채널A ‘아빠본색’에서는 코미디언 심진화·김원효 부부가 시험관 시술에 재도전하는 내용의 방송을 송출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홍록기 또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가졌던 이야기를 전하면서 희망적인 내용으로 그려졌다.

이처럼 예전에는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난임에 대해 여성의 문제로 이혼의 사유가 되거나 숨겨야 할 치부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난임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가 등장할 정도로 '난임'은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 소재로도 그려지고 있는데 앞서 이야기 한 오마베가 단적인 예. 물론 오마베는 부부의 난임 보다는 미혼의 여성 즉 비혼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결혼하지 않고 자녀만 갖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 미혼 여성 중 10.3%가 ‘결혼하지 않고 자녀만 갖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7.5%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를 갖고 싶다’고 응답했다.

과거와 달리 탄탄한 경제력을 가진 여성이 늘었고 남성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하면서 용어 또한 ‘미혼모’ ‘싱글맘’보다는 ‘비혼모’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전면으로 내세웠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출처: tvN)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전면으로 내세웠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출처: tvN)

◆ 일 하는 여성 그리고 경단녀

자발적 비혼모를 추구하는 여성들이 있는 반면 아이를 가지면서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경단녀’의 모습도 최근 드라마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강단이와 ‘오마베’에서 장하리의 친구로 등장하는 김은영(이미도) 등이다. 이들은 결혼 전엔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경단녀’의 모습을 보인다.

이는 현실의 모습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고위급 임원에는 여성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여전히 있으며 남성보다 승진이 느린 이유기도 하다. 이에 드라마에서는 경단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3040 여성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

이에 장나라는 오마베 제작발표회에서 작품 선택의 이유로 “육아, 난임, 경력 단절 등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아 현실적이고 제 나이 또래 여성분들이 보시면 공감하실 거라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단녀 외에도 커리어 우먼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드라마들도 있다. 지난해에 방영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는 IT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일하는 여성’의 삶을 보여줬다. 완벽한 어른일 것이라 생각했던 30대가 됐음에도 여전히 불안해하는 모습과 불안함 속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30대 여성의 모습을 그리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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