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어느 언론 매체는 <김종인式 파괴적 혁신, 9년 만의 ‘보수 탈색’ 시작된다>는 글을 썼다. 아직 ‘파괴적 혁신’의 어떤 상도 제시된 게 없고 그저 운만 띄운 상태인데도 파괴적 혁신이라고 단정하고 긍정적인 기대를 보내고 있다. 언론 매체의 주관이 크게 반영된 표현이겠지만 그만큼 기대를 하는 생각들이 솔솔 피어나고 있다는 뜻일 게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종인씨는 2일 의원총회에서 자신이 권력 욕심이 없음을 강조하고 자신이 나선 것은 오로지 민주주의와 균형, 경제를 위한 것이라면서 “과거 가치와 조금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 달라”고 했다.

하나 짚고 넘어가자. ‘과거 가치관과 달라도’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현재 가치관과 달라도’라고 써야 맞을 듯하다. ‘과거 가치관’이라는 말을 쓰려면 생각이 바뀐 걸 전제하는 것인데 당의 생각도 지난 선거 때 뛴 의원들의 생각도 바뀐 과정이 없고 바뀐 게 확인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적절한 말이 아니다.

김 위원장의 말은 ‘현재의 가치관과 달라도 가만히 있어 주거나 도와 달라’는 말로 해석된다. 언뜻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모순된 말이다. 생각이 다르면 가만있기도 힘들고 도와주기도 힘들다. 다른 생각은 어떤 형태로든지 표출되기 마련이다.

생각이 다른데도 오로지 정권을 되찾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억눌러 놓은 것이라면 목표를 이루고 나면 반드시 표출되게 된다. 사람이나 집단은 특정 목적을 위해 잠시, 때에 따라서는 긴 시간 침묵할 수 있다. 통합당 일부 세력이 김종인이라는 인물을 잠시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서로 이용한다는 말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때에 따라선 국민도 속고 김종인도 속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김 위원장에게 한 가지 권하고 싶다. ‘생각이 달라도 침묵하고 있거나 도와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생각은 낡고 시대에 안 맞으니까 생각을 바꾸라”고 말해야 옳다. 김 위원장은 ‘생각을 바꾸라’고 말할 의지는 없는 듯하다. 김 위원장은 형식적 권력은 쥐었는데 실질적 권력은 손에 쥐지 못한 상태이다. 바로 여기에 ‘김종인 체제’의 모순이 있다. 이건 작은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화약고로 작용하면서 ‘혁신’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모순된 상황을 극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두 가지만 말해 보겠다.

색깔론과 결별해야 한다. 통합당이 비장의 무기로 생각하고 고이고이 간직해온 ‘색깔론’을 버리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고 다른 문제에 매달려 봐야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색깔론은 파괴적인 효과가 강하다. 그런 만큼 색깔론 애용 세력이 색깔론과 결별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치 마약장이가 마약 끊기 어려운 것처럼.

북한군이 와서 광주민주항쟁을 지휘했다는 가짜뉴스도 따지고 보면 색깔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전의원이 ‘광주항쟁 때 북한군 600명 투입’을 주장하는 지만원씨를 앞세운 것도 따지고 보면 ‘색깔 장사’를 하고자 한 것이다. 색깔론은 진실도 파묻을 수 있고 없는 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김종인 비대위가 색깔론을 잠재울 수 없다면 모든 게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민생문제다. 서민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문제, 곧 먹는 문제, 주거 문제, 일자리 문제 그리고 안전 문제, 나아가 불평등과 차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우선적인 정책 과제로 설정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힘을 쏟는 정당이라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든 국민들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하루아침에 평가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진심을 담아 꾸준히 노력한다면 결국 평가가 될 것이다.

‘변화와 혁신, 균형, 민주주의, 진취적 선도적 정당, 물질적 실질적 자유’ 같은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는다고 하더라도 대선과 보궐선거, 지자체 선거 승리나 주도권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얄팍한 속셈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면 실패가 예비됐다 할 것이고 몰락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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