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4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천명이 모여 톈안먼(天安門)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사태 희생자 추모집회를 열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년 6월4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천명이 모여 톈안먼(天安門)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사태 희생자 추모집회를 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기로 한 가운데 베이징에서는 4일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31주기를 맞아 엄중한 통제 속 침묵만 흐르고 있다.

4일 오전 톈안먼 광장은 한적한 가운데 외신 기자의 출입이 여전히 금지됐으며 중국인 관람객들도 소지품과 신체검사를 꼼꼼히 하는 등 경비가 강화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이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광장이 더욱 썰렁해진 것이다.

톈안먼 시위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유혈 진압한 사건이다. 수천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톈안먼 시위는 중국에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금기로 간주된다. 이에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대대적으로 차단하는 등 외부 정부 통제에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여전히 톈안먼 민주화운동을 뜻하는 ‘6.4’의 검색이 차단됐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를 ‘1980년대 말의 정치 풍파’라고 규정한 후 현재까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이면 빅토리아 공원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었으나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이를 불허했다. 추모 집회 불허는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홍콩 재야단체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온라인 추모 집회를 열고 이날 저녁 시내 곳곳에서 촛불을 켜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홍콩 정부가 금지한 ‘8인 초과 모임’을 피해 8명 이하의 무리로 모여 1.5m 간격을 유지한 채 촛불을 들고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로 했다. 

온라인 추모 등에는 미국, 유럽,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동참할 예정이다. 1989년에 톈안먼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저녁 8시 9분에는 일제히 1분 동안 묵념을 올릴 계획이다.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리척얀 주석은 “30년 동안 이어져 온 추모 집회를 코로나19를 핑계로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탄압”이라며 “홍콩인의 저항 의지가 이어지는 한 추모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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