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시위대 해산 뒤 인근 세인트 존스 교회로 도보 이동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 뒤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시위대 해산 뒤 인근 세인트 존스 교회로 도보 이동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 뒤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출처: 뉴시스)

에스퍼 “폭동진압법 발동 지지 안한다”

NYT “에스퍼, 군 내부 동요 반영해 발언”

매티스 “트럼프, 국민 통합하려는 척도 안해”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의 전·현직 국방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군 동원 시위 진압 경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친(親)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까지 트럼프 대통령에 반발하면서 미 언론은 경질설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AP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3일(현지시간) 에스퍼 국방부 장관과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들에게 폭력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할 것을 압박하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압을 위해 군대를 투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 직권으로 주에 군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폭동진압법’을 사용해야 하며 백악관은 필요시 이를 발동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에스퍼 장관은 “사법 집행에 현역 병력을 사용하는 선택은 최후의 수단이어야만 한다”며 “지금 우리는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플로이드의 죽음이 ‘인종차별’에 따른 것이라고 분명히 규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끔찍한 범죄다.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 뽑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이벤트’에서 사진촬영이 이뤄지는지, 교회에 가기 위해 시위대를 강제로 이동시켰는지 몰랐다며 거리를 두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평화 시위대를 최루탄 등으로 해산시키고 백악관 앞 교회를 방문해 에스퍼 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가 비난을 받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해오던 에스퍼 장관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방침에 대한 군 내부의 동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역군과 예비군 중 40%가 유색인종인 데다가, 국방부 고위 지도자들이 대중의 지지를 잃을까봐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상치 않은 균열에 에스퍼 장관의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다. 한 행정부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분노했고 백악관에서 그를 비난했다고 전했다. 에스퍼 장관 발언 이후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며 다시 선을 긋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도 이날 시사매체 애틀랜틱에 성명을 내고 시위대에는 찬사를 보내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그렇게 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에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연방군을 동원하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서는 “나는 50년 전 입대할 때 헌법을 수호하고 지지한다는 맹세에 서약했다”며 “같은 선서를 한 군대가 시민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도록 명령을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미국 해병대 4성장군 출신인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일방적으로 미군 철수를 선언하자 수개월간의 갈등 끝에 2018년 12월 조기 사임했다.

전현직 국방 수장들뿐 아니라 퇴역 장성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 대응 비난에 나섰다.

전날 마틴 뎀프시 전 합참의장은 “미국은 전쟁터가 아니며 우리의 시민은 적이 아니다”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으며 토니 토마스 예비역 장군도 “미국이 전쟁터라고? 남북전쟁 같은 내전이나 적들의 침공이 아닌 다음에야 결코 들을 필요 없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샌디 위네펠드 전 합참 부의장은 “지금껏 본 민군관계 중 가장 위험한 시기”며 “국가의 생존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가장 긴박한 상황에서만 병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9일째 이어졌다. 폭력 시위 양상이 진정되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양상도 잦아들고 있지만 군대 진압에 대한 긴장이 완전히 해소 되지는 않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약 1600명의 병력이 워싱턴 외곽 기지에 주둔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82공수부대 신속대응부대(IRF)를 포함해 2000명 이상의 국가 방위군이 뉴욕 시가지 안에 있다. 앞으로 며칠 내 이 병력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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