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혐의 등

최지성 미전실장 등도 청구

이재용, 앞서 수사심의위 신청

검찰, 보란 듯 구속영장 청구

‘정점’에 거침없이 칼 겨눠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4일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측은 앞서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시민들에게 판단받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으나 ‘역효과’가 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본시장법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법률위반, 위증 혐의(김 전 팀장)를 받는다.

검찰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저평가 됐다. 삼성물산은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 공급량이 300여 가구에 그치며 주가가 2015년 4월 이후 계속 하락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엔 2015년 하반기 서울 시내 전체 일반물량 중 30%에 달하는 1만 994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제일모직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기업 가치와 에버랜드 부지의 표준지(가격산정 기준 토지) 공시지가가 2015년 최대 370% 오르는 등 ‘뻥튀기’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부채를 2012~2014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합병 이후에 1조 8000억원을 반영했다. 이에 회계처리 기준이 바뀐 삼성바이오의 지분가치는 3000억원에서 4조 8000억원으로 폭등했다. 검찰은 삼성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과정을 통해 4조 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의 모회사 제일모직은 고평가됐고,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의 합병 비율로 합병이 이뤄졌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지난해 9월 15일 설명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은 1:1.2598(일부 반영)에서 1:1.3607(전액 반영)이다.

결국 일련의 과정들이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23.2%의 지분을 가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2018년 7월과 11월 이뤄진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고발에 따라 같은해 12월 삼성바이오를 압수수색하며 관련 수사를 시작했다. 시작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이었지만, 향후 경영권 승계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후 지난해 8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대법원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삼성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연관된 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이 뇌물이라고 결론 내리면서 검찰은 본격적으로 경영권 승계 의혹을 정조준했다.

당시 대법원은 영재센터 지원이 ‘승계작업 도움 대가’라는 공통의 인식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전 부회장은 영재센터를 지원하고, 대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낸 것으로 봤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9월 삼성물산을 비롯해 국민연금과 KCC 등을 압수수색하며 확전에 나섰다. 국민연금의 찬성은 합병 성사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지분 보유량은 2019년 12월 31일 기준 7.3%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검찰이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작업이 진행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분식회계 자료와 내부 보고서를 삭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 양모 씨, 부장 이모 씨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들어갔다. 사진은 29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삼성 바이오에피스.ⓒ천지일보 2019.4.29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의 시작점이었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삼성 바이오에피스. ⓒ천지일보 2019.4.29

또 다른 대주주 KCC는 합병 당시 경영권을 위협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맞서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입해 이 부회장의 방어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검찰은 올해 1월부터는 최 전 실장을 비롯해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최치훈 이사회 의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미전실의 현재 모습) 사장 등을 소환해 ‘정점’을 겨눌 준비를 착실히 이어왔다.

최근 2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을 연거푸 소환 조사한 검찰은 이날 이윽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1년 6개월 수사에 방점을 찍었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시민에게 평가받겠다며 전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바 있다. 검찰이 기소하도록 두지 않고 검찰 외부전문가들에게 관련 판단을 맡긴 것이다.

그러나 이날 검찰이 전격적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부회장 측의 시도는 오히려 검찰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부의심의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일정 등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 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