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다 탐사를 바탕으로 한 아쿠아다 페닉스 마야문명 유적지 3D 사진. (출처: Takeshi Inomata, 연합뉴스)
라이다 탐사를 바탕으로 한 아쿠아다 페닉스 마야문명 유적지 3D 사진. (출처: Takeshi Inomata, 연합뉴스)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가장 큰 마야문명 유적이 과테말라 북동쪽 국경과 인접한 멕시코 타바스코 지역에서 발견됐다.

미국 애리조나대 이노마타 다케시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항공 라이다(Lidar) 탐색을 통해 멕시코 타바스코 지역의 아구아다 페닉스에서 기원전(BC) 1천년께 건설된 높이 10~15m, 길이 1.4㎞의 인공고원으로 이루어진 마야문명 유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적 발견에는 항공기에서 지상으로 레이저를 쏴 반사돼 오는 빛을 분석해 지표면 형태를 파악하는 라이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폐허가 된 마야문명이나 잉카문명 등 고대 유적은 숲으로 변하거나 개발돼 현장답사 등으로는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노마타 교수는 "멕시코 정부가 만든 저해상도 라이다 자료에서 거대한 평원 형태를 발견하고, 고해상도 라이다 탐사를 통해 큰 건물 등의 존재를 확인했다"며 "이 지역이 개발돼 사람이 살고 있지만 유적이 평평하고 거대해 이들조차 유적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적지 발견 후 현장 발굴 등을 통해 확보한 숯 등 표본 69개를 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법으로 분석해 유적 건설 시기를 밝혀냈다.

그 결과 이 유적은 길이 1.4㎞, 높이가 10~15m에 달하는 인공고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9개의 넓은 둑길 구조물 갖추고 있어 규모가 마야 역사상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시기는 기원전 1천~800년으로 추정돼 마야유적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마야유적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과테말라 세이발 유적지로 기원전 950년께 건설된 것으로 추정됐다.

마야문명 유적이 발견된 아구아다 페닉스 지역 항공사진 (출처: Takeshi Inomata, 연합뉴스)
마야문명 유적이 발견된 아구아다 페닉스 지역 항공사진 (출처: Takeshi Inomata, 연합뉴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거대한 유적은 마야문명이 중기 전고전기(Middle Preclassic Period)로 불리는 기원전 1천~350년 사이에 작은 마을들로 나타나기 시작해 점진적으로 발달했다는 기존 통념을 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유적의 규모가 이렇게 크고 이전 시대인 산로렌조 올멕 문명과 유사한 점이 많은데도 거대한 머리 조각 같은 강력한 통치자나 엘리트 계층과 관련된 유물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을 특이한 점으로 꼽았다.

이는 마야문명 초기에 이런 거대한 유적이 통치자의 명령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공동작업으로 건설됐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당시 사회적 불평등이 크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노마타 교수는 "이 유적에서 당시 강력한 통치자나 엘리트 계층이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런 거대한 공사를 하는데 꼭 잘 조직된 정부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협력하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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