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30년 만에 통신요금 인가제도가 폐지됐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이 자유롭게 요금제를 내놓게 돼 향후 요금변동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요금관련 이미지. ⓒ천지일보 2020.6.2
지난달 20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30년 만에 통신요금 인가제도가 폐지됐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이 자유롭게 요금제를 내놓게 돼 향후 요금변동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요금관련 이미지. ⓒ천지일보 2020.6.2

요금결정권 정부 손 떠나

30년 만에 인가제→신고제

신고 시 15일간 심사받아

시민단체 “요금↑ 견제 못해”

통신시장 ‘경쟁 미흡’ 평가

요금인하 여력 등 영향 미쳐

알뜰폰, ‘생사의 기로’ 놓여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정보화 사회 속 휴대폰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함께 이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이동통신 요금’이다. 통신비는 매달 발생해 기본 생활비에 꼽힌다.

최근에는 30년 만에 통신요금 인가제도가 폐지되면서 통신비가 오를지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20대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요금인가제는 정부가 1991년 유·무선 통신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무선시장에서는 SK텔레콤, 유선시장에서는 KT가 요금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요금인가제 폐지로 앞으로 SK텔레콤은 새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는 게 아닌 KT,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하면 된다.

정부와 국회는 이통사들의 경쟁 촉진을 내세워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결국 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되는 대신 이통3사가 담합해 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는 15일간 심사를 통해 소비자의 이익이나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칠 경우 반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금인가제 폐지는 이통사들의 자유경쟁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에 발의됐다. 지금까지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을 정하면 인가 심사가 진행되는 2~3개월 동안 후발 사업자인 KT, LG유플러스가 이를 기준으로 유사한 요금제를 따라 만드는 형태였다. 이 같은 규제에 이통사들은 다양한 서비스 출시보다는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는 데에 그쳤다.

이번 폐지를 통해 이통사들은 더욱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정된 가입자를 차지하기 위한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무작정 요금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결국에 요금을 올리거나 내리는 건 사실상 통신사의 몫이기 때문에 인가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는 인가제를 폐지하더라도 요금인하 효과는 없을뿐더러 더 이상 요금인상에 대한 견제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SK텔레콤이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만으로 5G 요금제를 출시하려 할 때 과기정통부에서 이를 반려하고 5만원대 요금제를 신설하게 했던 것도 인가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가제가 폐지되면 정부는 요금인상을 견제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수단을 스스로 폐기하는 것”이라며 “이동통신 요금 결정권을 사실상 이통3사에게 넘겨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이통사들이 경쟁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9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소매시장은 ‘경쟁이 미흡한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가 정보통신정책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1위 사업자 점유율 및 시장집중도 감소 등에 따라 시장구조 지표가 다소 개선됐으나 이는 주로 알뜰폰 활성화 등 정책효과에 따른 것일 뿐 시장 구조나 성과 등 측면에서 경쟁이 활발하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2018년 말 기준 알뜰폰을 제외한 국내 이통사의 가입자 점유율은 SK텔레콤 47.3%, KT 29.8%, LG유플러스 22.9%로 1, 2위 간 격차가 17.5%p였으며 소매 매출액 점유율은 SK텔레콤 47.5%, KT 28.6%, LG유플러스 23.9%로 1, 2위 간 격차가 18.9%p였다. 이는 한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 2위 사업자 점유율 격차 평균보다 가입자 점유율과 소매 매출액 점유율이 각각 5.4%p, 3.2%p 높은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SK텔레콤은 나머지 사업자와의 큰 격차를 보였다. 2018년 이통3사 영업이익은 SK텔레콤 1조 8498억원, KT 3150억원, LG유플러스 6701억원으로, SK텔레콤이 KT의 6배, LG유플러스의 3배에 육박했다.

이 같은 상황은 투자 및 요금인하 여력 등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경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상황은 5G 전환에 대한 업계의 대응, 알뜰폰의 적응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KISDI는 “국제적으로 비교할 경우 1, 2위 사업자 간 격차가 크고, 4위 이하 알뜰폰 사업자로부터의 경쟁 압력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설비기반 사업자의 신규 진입 가능성이 낮아 시장 구조의 근본적 개선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요금인가제 폐지로 통신비가 인하될 경우 알뜰폰 업체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공개한 ‘5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 업계는 SK텔레콤에 가입자 3320명을 뺏겨 266명이 순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 업계는 KT에서 377명, LG유플러스로부터 2677명 데려왔으나 SK텔레콤에게 더 많은 고객을 빼앗겼다. 이에 전체 알뜰폰 가입자 수(746만 7667명) 역시 전월 대비 9만 5916명 줄었다. 5G요금제를 내놓기도 했지만 전체 5G 가입자의 0.016%(106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알뜰폰 점유율은 10.9%다. 10%대까지 떨어진 것은 2016년 10월 이후 41개월 만이다. 저렴한 요금이 무기였던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보편요금제 추진 등으로 이통사들이 저가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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