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이 아닌 일본 기업을 옥죄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데도 일본이 자존심 때문인지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자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이 문제해결 의지가 없고 논의가 진전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은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판결 이후 2019년 7월 4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생산에 필수 품목의 한국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어 8월 2일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비난이 일자 이후에는 한국의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제재 위반 의혹, 수출국으로서의 관리책임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계속 말을 바꿨다. 

지난해 11월 22일 양국 정부는 수출관리 현안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국장급 정책대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이 기간 동안에는 WTO 분쟁해결 절차를 잠정 정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간 일본이 제기한 사유는 사실상 모두 해소돼 더 이상 수출규제의 명분이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는 사실상 일본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기업의 가장 큰 고객인 삼성과 SK는 일본 부품 대신 국산화된 부품에 관심을 갖고 있어 일본 기업은 좌불안석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수출을 못하게 하니 아예 한국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주요 부품 수출을 규제하면, 한국이 납작 엎드릴 줄 알았다 오히려 일본 기업만 발을 동동 구르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 정부의 오만이 부메랑이 된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창궐로 정권이 흔들리는 아베 총리는 수출규제조치로 일본 기업들의 반발까지 사며 ‘사면초가’ 상태다. 

여기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을 G11 멤버로 언급해 G7 회의에 초청하겠다고 밝혀 아베 총리의 뒤통수를 쳤다. 이래저래 한국을 압박하겠다던 아베 총리의 계산은 틀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뜻밖의 강펀치까지 맞은 아베 정부는 불편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짓눌렸던 과거의 나라가 아니다. 시대를 읽지 못한 지도자의 오만은 국민과 국가를 위험에 빠트렸다. 일본 정부도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인지하고 현실적인 외교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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